하이닉스반도체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매각협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매각찬성과 반대 입장은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다.
마이크론의 무리한 인수조건과 반도체 경기회복을 근거로 한 독자생존 주장이 하이닉스 회생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하이닉스 회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독자생존론은 성급한 판단이며, 국가신용도 회복 등 경제 전반을 고려할 경우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협상조건 무리, 힘얻는 독자생존론=매각론에 밀려 숨죽이던 독자생존론이 마이크론의 인수조건이 알려지면서 힘을 얻고 있다. 마이크론이 15억달러 신규자금 지원과 주식 3년분할, 주식 50% 에스크로 계좌 예치 등 국제관행에 어긋나는 다소 무리한 주장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이 하이닉스를 인수한뒤 4∼5년 안에 1, 2개 라인을 제외한 대다수를 폐쇄할 것이며, 전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업체의 가동률이 20∼30% 수준임을 감안할 때 메모리반도체 사업을 매각하고 남게 될 비메모리 잔존법인의 독자생존 확률은 거의 0%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우동제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D램 가격이 최근 두달동안 3배 이상 폭등하는 등 반도체 경기가 지난 연말을 기준으로 급반등하고 있고, PC경기 회복 등 향후 전망도 긍정적인 만큼 무리하게 매각에 집착해서는 안되며, 지금이라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냉정하게 이해득실을 따져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이크론에 15억달러, 우리 돈 2조원을 신규지원할 바에는 그 돈으로 0.13㎛ 최신 설비를 갖추고 인피니온 등과 제휴를 모색할 경우 삼성전자 등에 맞서 D램업계에 변수로 작용할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도 독자생존론에 동조하고 있다. 신 장관은 마이크론 제안이 밝혀진 뒤 “마이크론과의 협상이 잘 마무리돼야 하지만 실패하더라도 구조조정 등을 통해 충분히 독자생존할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만큼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섣부른 감정은 오류, 매각은 불가피=매각을 주장하는 측은 40억달러라는 매각금액이 분명히 저평가된 가격이지만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매각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매각론자들은 독자생존이 국민감정에 호소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한다. 하이닉스가 반도체 경기 사이클상 2∼-3년후 닥쳐올 불황기에 또다시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최근 경기 회복조짐이 보이면서 삼성전자, 마이크론은 물론 대만, 일본 업체들도 반도체 라인증설과 업그레이드에 나서는 등 무한경쟁에 접어들고 있어 자금력이 약한 하이닉스가 버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채권단 신규자금 지원과 유상증자 등으로 일부 자금을 조달해 올 하반기 본격화될 활황기에는 버틸 수 있겠지만 수조원대의 시설투자,연구·개발(R&D)비용을 갖고 있는 업계 선두주자들과의 경쟁에서 낙오되고, 자칫 또다시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건이 다소 아쉽지만 매각불발이 가져올 폐해를 생각하면 역시 매각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증시 한 관계자는 “국제적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국가신용평가를 상향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번 매각이 불발될 경우 하이닉스는 물론 시장 전반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하이닉스가 독자생존으로 나가고 채권단이 신규자금을 지원할 경우 마이크론을 강력히 지지해온 미국 정·재계가 이를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