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식시장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는 역시 하이닉스반도체와 마이크론 간의 빅딜이다.
하이닉스와 마이크론 간의 매각 협상은 해당기업인 하이닉스는 물론 삼성전자를 포함한 반도체 업종 전체에도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또 협상 결과에 따라 국가 신인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빠른 해결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엇갈린 전망속에서도 하이닉스반도체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메모리부문 매각조건에 대한 실무협상을 재개했다. 일단 양사간 협상은 타결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3일 하이닉스 채권단과 구조조정 특별위원회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채권단이 제시한 수정협상안에 대한 공식 회신을 보내는 대신 양사의 재정자문사 간 비공식접촉을 통해 실무협의를 계속 하자는 의사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이에 따라 각각의 재정자문사인 살로먼스미스바니와 골드만삭스를 내세워 수정협상안의 주요 쟁점에 관한 절충작업을 벌이고 있다.
양측은 비메모리부문에 대한 출자와 마이크론 주식 가격산정 기준일에 대한 협상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에 대한 자금지원의 경우 총규모를 15억달러 이상으로 늘리되 실세금리에 가까운 금리를 적용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주식매각제한기한 완화와 신주발행금지 등에는 의견접근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진념 경제부총리도 “하이닉스는 어떤 식으로든 세계적인 기업과 전략적 제휴가 필요하다”며 협상타결에 주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이닉스반도체의 매각 타결은 주식시장에도 추가적인 상승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현물가격의 상승을 촉발한 것이 하이닉스반도체의 빅딜 추진 소식에서 시작됐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반도체주의 추가 상승 여부는 하이닉스의 빅딜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이크론과 하이닉스가 추진하고 있는 제휴가 성사되면 이들 업체가 수급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여 반도체 경기의 조기 회복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게 업계와 증권가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정창원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반도체주의 급등은 반도체 현물 가격 상승과 과잉공급의 해소라는 기대가 반영됐다”며 “하이닉스의 매각이 타결된다면 이들 업체가 수급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여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관련주의 주가상승을 이끌 추가적인 모멘텀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우동제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도 “전반적으로 D램가격(특히 고정거래 가격이 현물시세 상승을 리드)과 TFT LCD가격 강세가 유지되고 하이닉스의 채권단이 마이크론이 요구하는 신규대출에 대한 조건을 부분적으로 수용하는 등 마이크론의 하이닉스 D램 사업부 인수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드는 시점”이라며 “하이닉스 D램 사업부 매각이 현실화될 경우, D램업계는 공급자 위주의 시장구조로 거듭날 수 있어 삼성전자에 대한 반사적인 수혜가 더욱 부각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의 처리는 반도체 업황에 대한 영향뿐만 아니라 관련 반도체 장비업체들에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 올초 주가 상승으로 부각되고 있는 반도체 장비주들도 하이닉스가 독자생존이냐 해외 매각을 택하느냐에 따라 명암이 엇갈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일단 전문가들은 해외매각이 타결될 경우 설비투자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아 관련 업체들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한 상황이다.
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의 조기 개선을 이끌 수 있는 변수이기도 하지만 국가 신인도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 그동안 대우·현대 등 부실 계열사에 대한 처리가 지연되면서 주식시장에 장기악재로 작용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최근 무디스가 국내 기업에 대한 국가 신용등급을 한단계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예고하는 등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해외의 긍정적인 평가는 많아지고 있다.하지만 하이닉스 매각협상의 전면 중단 등 우발적인 문제가 불거질 경우, 하이닉스라는 해당기업은 물론 국가 전체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빅딜에서 전문가들이 가장 중요한 점으로 꼽는 것은 역시 조속한 해결이다. 독자생존이든 해외매각이든 방향이 잡혔으면 강력하고 일관되게 처리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이닉스에 대한 높은 관심이 어긋나 각계각층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놓으며 혼란만 가중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긍정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여러 협상을 봐왔지만 이번처럼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다양한 루머와 정보를 흘리며 협상 과정을 혼탁하게 하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매각 조건도 중요하지만 협상 창구를 단일화하고 나머지 관계자들은 협상이 잘 되도록 지켜봐 주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