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시장에서 선보인 후 1∼2개월의 시차를 두고 이뤄졌던 외산 DVD타이틀의 국내 출시시기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
브에나비스타·워너홈비디오코리아 등 외국계 DVD타이틀 관련업체들은 최근들어 미국 출시와 똑같은 날짜에 국내에서 신작 DVD 타이틀을 선보이는가 하면 일부 타이틀의 경우는 아예 미국보다 먼저 한국시장 출시를 예정, 미국과의 출시 격차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들은 현재 일부 신작 대작이나 고전 영화 타이틀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는 한국과 미국 동시발매 타이틀 종류를 크게 늘려 나가고 동시발매가 힘든 경우라도 출시 격차를 2주 이내로 줄이는 등 미국시장과 차이가 없도록 할 계획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국내 DVD 사용자들이 급증하고 신속한 구매를 원하는 추세가 늘어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이제까지 국내 출시가 미국과 1달 이상의 차이가 생기면서 일부 국내 사용자들이 미국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신작 타이틀을 미리 구매하는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체 역시 동시발매를 통해 빠져나가는 국내 수요를 붙잡아둘 수 있어 매출 형성에도 유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워너홈비디오코리아(대표 이현렬)는 5일 미국시장과 동시에 국내 시장에서 A.I. DVD 타이틀을 출시했다. 워너는 지난해 닥터지바고 타이틀을 한국과 미국 동시에 출시한 적이 있지만 신작 대작으로는 A.I.가 처음이다. 워너의 정소영 과장은 “극장 개봉시기가 미국과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앞으로 미국과 동시에 국내 시장에 출시하는 것을 기본 정책으로 삼고 있다”며 “국내 사용자는 지역코드에 맞는 타이틀을 빨리 구매할 수 있으며 공급사는 국내 출시 이전에 미국 쇼핑몰 등에서 타이틀을 구매하는 사용자들을 국내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게 돼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전했다.
더 나아가 해리포터의 경우는 미국시장보다 한국에서 빨리 출시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끈다. 해리포터의 미국시장 출시시점이 5월 28일인데 반해 국내 출시는 이보다 2주일 더 빠른 5월 14일. 이는 5월 말 한국에서 시작되는 2002 월드컵 행사를 겨냥해 한국에서부터 시장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동시에 월드컵 경기로 인한 DVD 수요 공백기를 미리 보전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그 동안 한국시장 우선출시는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브에나비스타(대표 임혜숙) 역시 지난해 10월 고전 만화영화인 백설공주를 처음으로 한국과 미국 동시발매한 이후 동시 발매 편수를 늘려나가고 있다. 12월 7일 진주만이 브에나비스타의 신작 대작으로는 처음 한국과 미국에 동시 출시됐으며 오는 10월에는 미녀와 야수를 한국과 미국시장에 동시 선보일 계획이다. 7월에 나오는 진주만 디렉터즈컷의 경우도 동시발매가 예정돼 있는데 특히 여기에는 18시간의 서플먼트(본 영화 이외에 스토리보드, 감독이나 배우의 코멘트, NG 장면 등 볼거리를 제공해놓은 것)가 포함돼 있어 동시발매를 위한 사전작업이 방대함에도 불구하고 한국 측의 요청에 따라 동시발매가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콜럼비아트라이스타나 20세기폭스홈엔터테인먼트코리아 등은 심의 등 여러가지 사안으로 인해 아직 동시발매 타이틀을 내놓지 않고 있으나 사용자들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한국과 미국 동시발매 타이틀 출시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브에나비스타의 김우영 과장은 “DVD 산업의 연륜이 짧은 만큼 미국시장에서 조차 영화를 DVD로 작업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렸지만 앞으로는 기술과 시장의 발전으로 미국시장과 동시에 한국 등 지역시장에서 출시되는 움직임이 일반적인 흐름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