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 우리가 연다>(24)ETRI 가상현실연구부

 ETRI 가상현실연구부의 김기홍 선임연구원(오른쪽)이 오스트리아 G텍사의 바이오시그널측정시스템 앞에서 센서가 부착된 뇌파측정캡을 쓰고 최진성 팀장, 신수인 연구원(왼쪽부터)과 뇌파신호 강도를 측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키보드나 마우스 등에 의존하지 않고 뇌파로만 컴퓨터를 비롯한 전자제품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꿈의 기술’이 조만간 현실화될 전망이다.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노인성 치매의 경우 환자가 집에서 프로그램이나 관련 게임 등을 통해 간단히 자가진단하고 예방할 수 있는 기술 구현이 더 가까이 다가와 있다.

 10년 내 게임을 포함한 IT 및 의료 분야에 대변혁을 몰고 올 이 같은 연구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가상현실연구부(부장 김현빈 박사)에서 진행되고 있다. 가상현실연구부에서는 ‘가상현실 의료기반기술개발’ 과제의 일환으로 신개념의 가상현실용 인터페이스 기술과 가상현실을 적용한 치매재활의료 VR시스템 개발이 한창이다.

 뇌파·근전도·안구전도 등의 생체신호 정보를 가공, 상하좌우 사방을 인식할 수 있는 휴먼컴퓨터 인터페이스는 개발이 완료되면 다양한 가상현실용 게임이나 장애자를 위한 재활훈련용 시스템으로 활용될 수 있다.

 뇌파를 이용한 인터페이스는 최근 들어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연구가 본격화되고 있는 분야로 기존 마우스 및 키보드 등 접촉식 인터페이스와 음성 인터페이스 등을 보조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정보전달시스템이다.

 뇌파 인터페이스가 상용화 수준에 이르면 컴퓨터의 키보드 보조수단인 마우스 개발이 몰고 온 사회·경제적 파장을 훨씬 뛰어넘는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며, 노약자를 비롯한 시각·청각 및 지체 장애인들에게는 원활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또 뇌파 신호처리기술은 잠재적으로 손·리모컨·음성 등 기존의 많은 제어수단을 대체하거나 보조해 조명·TV·오디오장비·공조기기 등 다양한 전자제품의 작동을 컨트롤하는 데 이용될 수 있으며 집안의 원격제어나 라디오 컨트롤러로 이동 중에도 PC가 제어되는 시스템에 적용될 수 있다.

 이밖에 멀티미디어 콘텐츠·게임기·가상현실·시뮬레이터·항공기의 무인항공이나 국방 분야 원격사격시스템 등에 활용 가능하고, 스포츠부문에서는 운동선수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집중력 훈련에도 응용될 수 있다.

 이와 함께 가상현실연구부가 역점을 두고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분야는 노인성 치매 예방 및 자가진단용 VR시스템이다.

 국내에서는 ETRI를 제외하고 아직 이렇다 할 VR를 이용한 치매 예방 및 치료시스템이 없는 상황이며 보건복지부에서 최근 원격치매정보시스템을 구축하긴 했지만 실제 의사와의 동영상 상담치료 수준에 불과한 형편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조지아테크사가 치매 예방·치료용 VR시스템에 시각이나 청각, 간단한 진동장치 등을 이용하고 있으며 미 남부캘리포니아대학에서는 치매환자에 대한 표준검사 방법으로 VR를 선호하고 있다.

 ETRI는 현재 인터넷 사이트(http://www.chimae.or.kr)에서 치매 진단을 위해 설문이나 단순 보드 형태의 게임으로 환자의 기초상태를 점검하고 치매 진행을 막는 시스템을 일부 가동 중이다.

 2D 형태의 보드게임을 제공하고 있으나 조만간 현실감있는 3D 형태의 시뮬레이터를 제공하기 위한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롤플레잉게임(RPG)과 유사한 형태지만 엔터테인먼트와 치료효과를 동시에 주기 위해 각 시나리오를 전문가와 협의하면서 테스트하고 있다.

 김현빈 부장은 “미국 및 일본에서는 뇌파 인터페이스와 관련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지만 이에 관한 기술 및 자료가 제한적으로 공개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술 도입단계에 있는 국내 기술 수준을 감안할 때 집중적인 투자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