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야! 어제 ‘폭풍저그’하고 ‘대나무 테란’ 경기 봤니?”
“응! 정말 대단했어. ‘폭풍저그’의 무자비한 저글링과 ‘대나무 테란’의 뚝심같은 방어는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하더라.”
e스포츠 마니아라면 ‘폭풍저그’는 홍진호(IS)를, ‘대나무 테란’은 조정현(무소속)을 지칭한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소위 잘나가는 프로게이머들은 하나둘씩 별칭을 얻고 있다. ‘테란의 황제’ 임요환(IS), ‘귀공자 테란’ 김정민(게임벅스), ‘가림토’ 김동수(한빛소프트), ’오뚜기 저그’ 성학승(무소속) 등. 이들이 어떻게 이런 닉네임을 얻게 됐을까.
대부분의 선수들은 플레이 스타일에서 별칭을 얻는다. 홍진호, 성학승(무소속), 조정현, 장진남 등이 그런 경우.
‘폭풍저그’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홍진호의 경기를 지켜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주저함이나 망설임 없이 질풍노도와 같은 그의 공격은 지켜보는 사람들의 감탄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신예 스타 성학승은 지난 1월에 열린 ‘KPGA 위너스챔피언십’에서 연달아 역전승을 거두며 ‘오뚜기 저그’라는 애칭을 얻었다. 성 선수는 국내 최고의 플레이어로 불리는 임요환, 홍진호를 맞아 거의 패색이 짙은 경기를 막판 역습으로 연달아 뒤집어 승리했다. 경기를 지켜본 관계자들은 초반 전세로 볼 때 도저히 이기기 힘들다고 단정을 내렸지만 성학승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대역전극을 펼친 것.
조정현이 ‘대나무 테란’으로 불리는 것은 그만의 정석플레이 때문. 상대 선수들이 초반에 어느 정도의 유닛을 생산한 후 러시에 들어가는 반면에 조정현은 모든 유닛의 셋업이 완료될 때까지 대나무처럼 꿋꿋이 물량을 확보한다. 또한 다른 선수들이 저그·프로토스·테란 등 게임의 패치별로 강하다는 종족을 고르는 반면에 조정현은 98년 데뷔시절부터 ‘테란’족만을 고집한 것도 요인이다.
장진남의 ‘악마 저그’는 끊임없이 게릴라전을 펼쳐 상대 선수를 괴롭힌다고 다른 프로게이머들이 붙여준 별칭.
‘귀공자 테란’ 김정민은 출중한 외모에서 별칭을 얻었다.
특히 김정민 선수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으면 이 별명이 정말 ‘딱 맞아!’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선수들이 치열한 접전 속에 온갖 심각한 표정을 짖는 반면에 김정민은 ‘귀공자’답게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경기를 펼치는 것.
국내 최고의 프로게이머로 평가받고 있는 임요환이 ‘스타크래프트의 황제’가 아닌 ‘테란의 황제’라고 불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테란족이 유독 약하던 ‘스타크래프트 1.07패치’ 시절인 2000년과 2001년 상반기에 남들이 선호하지 않던 테란족을 선택해 이 종족 가운데 단연 최고라고 해서 붙여진 닉네임이 ‘테란의 황제’. 그 후 새로운 패치가 나오면서 모든 종족을 통틀어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고 있지만 여전히 ‘테란의 황제’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