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이드게임업소의 사행화를 방지하기 위해 제정된 문화부의 ‘게임제공업소의 경품취급 기준’을 영상물등급위원회가 확대 해석해 논란이 되고 있다.
문화부는 아케이드게임장에서 메달을 경품으로 제공하는 것을 금지시키고 게임기에서 직접 제공하는 경우를 제외한 경품 제공 행위를 제한하기 위해 지난달 9일 ‘경품취급 기준’을 고시했다. 특히 게임장에서는 메달을 현금으로 교환해주는 경우도 있어 이 같은 불법적인 사행성 조장 행위를 차단하자는 의도에서 ‘경품지급기능이 있는 상태로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물에 한해 경품을 제공할 수 있다’고 경품제공 방법을 제한했다.
그러나 업계 반발이 거세지자 영상물등급위원회는 문화부의 취지와 달리 ‘경품지급기능이 있는 상태로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물에 한해 경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규정을 ‘경품지급기능이 있는 게임기에 대해 경품지급장치가 있거나 경품지급을 전제로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기를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 해석해 5일 공고했다.
이에 따라 등급분류시 경품 제공 여부를 표시한 게임기의 경우 경품지급장치 유무와 관계없이 경품을 마음대로 제공할 수 있게 돼 문화부의 ‘게임제공업소의 경품취급 기준’은 유명무실할 것으로 보인다.
◇영등위의 확대 해석 배경=영상물등급위원회는 문광부의 기준 고시 이전에 이미 경품지급장치가 없는 일부 제품을 경품지급기능이 있는 것으로 분류한 데 따른 면피용으로 보인다. 영등위가 게임장 단속을 하는 과정에서 이들 제품의 경우 경품지급장치가 없음에도 경품지급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표시한 채 심의를 받은 제품이라 단속에 무리가 있었다. 이에 영등위는 ‘경품지급기능’이라는 문구에 대해 경품 제공을 전제한 것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 해석해 이들 제품을 포함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
◇파장=영등위는 사실상 게임장에서 경품을 제공하는 것을 법적으로 보장해준 꼴이 됐다. 최근 속속 출시되고 있는 메달게임기의 경우 모두 동일한 메달을 제공하고 있어 등급분류를 받은 제품과 받지 않은 제품을 구별하기 힘든 상황이라 이를 구분해 단속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어려운 데다 설사 가려서 단속을 한다 해도 형평성 논란을 불러올 것이 뻔하다. 따라서 당초 아케이드게임업소가 고객 유치를 위해 별도의 경품을 제공하거나 이를 현금으로 환전해주는 등 사행성을 조장하는 행위를 막으려던 정부의 노력은 결국 물거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등위가 일부 업체의 게임기에 대해 경품제공기능이 없음에도 경품 제공을 전제로 한 게임기로 분류해준 것은 특혜가 아니냐는 시비를 불러올 소지도 있다.
◇업계 반응=메달게임기를 개발해온 아케이드게임개발사들은 이번 영등위의 조치에 쌍수를 들어 반기고 있다. 이들 업체는 대부분 문화부의 경품 제공 기준이 고시돼자 메달게임기의 수요가 크게 줄어 막대한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했다. 그러나 일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상품권을 도입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포커와 고스톱 등 성인용 메달게임기가 우후죽순처럼 쏟아진 반면 아동용 게임기는 자취를 감추고 있다”며 “문화부의 경품 제공 기준 마련으로 주춤하던 메달게임기가 더욱 늘어나 게임장 사행화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우려했다.
◇정부 입장=이와 관련해 문화부에서는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미 심의를 통해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기의 경품 제공을 막을 수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문화부의 한 관계자는 “일단 시행해보고 과다하게 경품이 지급되고 이를 현금으로 환전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고시를 재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