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매틱스(Telematics)가 차세대 유망 정보기술(IT) 애플리케이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텔레매틱스는 20세기 자동차기술과 21세기 이동통신기술이 결합한 ‘퓨전(fusion)’ 서비스로 지난 90년대 중반 미국과 일본·유럽 등 자동차 선진국에서 개발되기 시작했다. 당초 화물트럭 등을 대상으로 차량관리, 화물추적 서비스 등을 제공해오다가 데이터통신과 인공위성을 이용한 위치정보시스템(GPS)이 보편화되고 엔터테인먼트 등의 내용이 부가되면서 일반 승용차로 보급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 이 분야에 음성 활용도를 한층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음성 기반 인터페이스는 운전자의 주의분산을 줄여 사고를 줄여줌으로써 텔레매틱스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전자신문과 세계적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공동으로 기획하는 ‘EC커런트’ 이번 주 주제는 ‘음성 텔레매틱스의 필요성과 도입에 따른 개선점’에 대한 내용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80% 이상의 소비자들이 운전중 휴대폰을 사용할 경우 교통사고 유발 가능성이 높은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역으로 텔레매틱스 서비스가 널리 보급되려면 운전자와 승객 모두가 접속할 수 있는 음성기반 인터페이스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음성기반 인터페이스는 운전자의 주의분산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현실화된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오는 2005년이 되면 음성 텔레매틱스 서비스가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특히 승용차 분야에서는 필수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로 자리잡게 될 전망이다. 차량 소유자가 텔레매틱스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게 되면 이 애플리케이션 인기는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텔레매틱스 사용으로 인한 운전자의 주의분산은 소비자, 정부 및 교통사고 희생자들의 법적 소송을 걱정하는 자동차 제조업체들간 중요한 안전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음성을 통해 텔레매틱스 프로그램을 제어할 경우 운전자는 차량운전에 주의를 집중할 수 있다. 또 업계 입장에서는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정부기관과 안전을 중시하는 사람들로부터 지원을 받는데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운전자와 승객뿐 아니라 모든 차량 소유자가 접속할 수 있는, 음성 작동 인터페이스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텔레매틱스는 여전히 첨단분야에 속해있고 운전자 주의분산과 관련한 잠재적인 안전문제에 대한 데이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텔레매틱스 서비스가 소비자들의 소송과 정부의 규제대상으로 돌팔매를 맞지 않도록 상당한 비용과 인력을 투자해 이들 애플리케이션으로 인해 운전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들을 조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포드자동차는 지난해 사이버스페이스상에 시험용 고속도로 환경을 갖춰놓고 자사 텔레매틱스 기술을 시험한 바 있다. 목적은 시험을 통해 얻은 이 데이터를 이용, 안전성을 향상하고 운전자의 주의분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지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또 제너럴모터스(GM)와 온스타가 유사한 시험 프로그램에 1000만달러를 투자했고 미국 정부와 공공기관들 역시 텔레매틱스 애플리케이션, 특히 운전중 휴대폰 사용에 따른 잠재적 위험을 조사했다. 이 가운데 하나인 미 국립 고속도로 통행 및 운전 안전청(NHTSA)은 운전중 휴대폰 통화가 운전중 라디오 세팅 변경이나 음식물 및 음료섭취 등과 비교해 사고발생에 끼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으나 전문가들은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운전중 휴대폰 통화에 따른 위험성을 꾸준히 경고하고 있으며 이에 부응, 미국내 40여개 주가 운전중에 휴대폰을 손으로 들고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거나 금지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또 많은 유럽 국가들이 이미 운전자의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텔레매틱스와 운전자 주의분산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은 이보다 더 부정적이며 다른 운전자로부터 발생되는 위험을 평가해볼 때 한층 더 심하다. 소비자들중 5분의 4는 휴대폰을 사용하는 다른 운전자가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50%는 휴대폰이 운전과 전화통화 등 두 가지로 주의를 분산시킨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단지 21%의 응답자만이 다른 승객과 얘기하는 것이 운전중에 주의를 분산시킨다고 응답한 것과 비교하면 운전중 통화에 대한 일반의 걱정을 쉽게 알 수 있게 한다.
<> 그림 1: 운전자 주의 분산과 관련된 소비자의 태도
조사 대상: 미국 차량 소유자 1024명
자료 제공: 가트너, 2002년 1월
현재의 텔레매틱스 인터페이스는 운전자나 조수석에 앉아있는 승객들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대부분의 텔레매틱스 시스템의 경우 사용자가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버튼을 눌러야 한다. 즉, 자동차 뒷좌석 승객은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것이다. 새로운 텔레매틱스 인터페이스는 버튼과 음성에 의해 작동되는 기능이 조합돼 있지만 마이크의 위치로 인해 여전히 운전자와 앞좌석 승객들만 이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차내에서 누가 텔레매틱스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야 할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소비자들 대부분은 “혼합형 서비스를 원한다”고 응답하고 있다. 또 절반 이상의 소비자들이 특정 텔레매틱스 서비스는 운전자만이 이용할 수 있고 기타 애플리케이션은 차내의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차내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운전자 혼자만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25%이고 차내의 모든 사람이 액세스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20%에 지나지 않는다.
<> 그림 2: 텔레매틱스 애플리케이션은 누가 통제하고 이용해야 할까.
조사 대상: 미국 차량 소유자 1024명
자료 제공: 가트너, 2002년 1월
가트너는 음성작동 기술이 2005년형 승용차부터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위한 주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음성기반 입출력 기술은 텔레매틱스와 관련해 점증하고 있는 안전성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물론 현재로서는 업계의 성장에 장애가 될 수 있는 법적 제한을 최소한으로 유지할 수 있는 최상의 솔루션이다.
특히 음성기반 인터페이스는 서비스 공급자의 운영 비용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콜센터 관련 지출을 줄여 준다. 예를 들어 운전지침은 콜센터에서 사람이 직접 읽어주는 대신 문자-음성 전환 엔진을 사용하는 컴퓨터가 읽어줄 수 있다.
모든 차량 소유자가 텔레매틱스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게 되면 뒷좌석 승객의 웹 이용과 같이 혁신적인 애플리케이션의 인기가 크게 높아지게 될 전망이다. 또 텔레매틱스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은 자동항법이나 교통안내와 같이 운전을 편안하게 개선해주는데 집중돼 있다.
실제 인터넷 접속이나 e메일과 같은 서비스는 운전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승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따라 가트너는 업체와 소비자들에게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사항을 주문하고 있다.
먼저 자동차 생산업체와 부품 공급업체들은 텔레매틱스를 음성을 통해 모든 승객들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라고 요구한다. 컨트롤 버튼이나 운전대를 통해서만 제어가 가능한 장치들(예를 들어 BMW의 iDRIVE 컨트롤)은 소비자의 안전성에 관한 우려를 덜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차 안의 모든 사람들이 텔레매틱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계기판뿐 아니라 뒷좌석을 포함한 차량 내부의 곳곳에 마이크와 스피커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오디오 기기 제조업체가 텔레매틱스용 스피커나 마이크 시장 등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
또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운전자가 승객의 텔레매틱스 서비스에 대한 접속을 통제할 수 있는 혼합형 솔루션을 선호하므로 사용자 정의가 가능한 메뉴설정 기능을 개발하고 운전자가 모든 승객이 이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과 운전자만이 이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지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나아가 운전자가 중앙 잠금 장치와 유사한 버튼을 눌러 이용을 일시적으로 허용하거나 차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텔레매틱스 서비스 제공업체들의 경우 고객층으로 운전자는 물론 승객들도 포함시켜야 한다. 승객들은 그동안 공급자의 마케팅 전략에서 텔레매틱스 사용자로서는 크게 평가받지 못해왔다.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텔레매틱스 서비스 보급률을 높이려면 모든 가능한 승객들에 초점을 맞추어 각 계층에 의미있는 특별한 애플리케이션(예를 들면 어린이를 위한 웹 기반 게임)도 선을 보여야 한다.
<정리=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