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메모리 가격 급등 여파로 올들어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영상태가 급격히 호전된 것으로 나타나자 또다시 하이닉스의 ‘독자생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박상호 하이닉스 사업부문 총괄 사장은 6일 서울 대치동 사옥에서 실적발표회를 갖고 “올 1, 2월 두달 동안 5500억원의 매출과 11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밝히면서 독자생존론에 다시 무게가 실리고 있다.
◇흑자전환의 의미=그동안 메모리 가격이 연일 급등, 이번 하이닉스의 흑자전환 발표는 어느 정도 감지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매출 대비 20%에 달하는 11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는 것에 대해서는 다소 ‘의외’라는 것이 애널리스트 등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특히 이자 지급 등 금융비용을 감안한 경상수지면에서도 소폭이나마 흑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과 나아가 연간 실적에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메모리 가격 강세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1조원의 흑자시현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독자생존 가능한가=하이닉스의 독자생존 가능성 여부는 전적으로 메모리 가격 추이와 밀접하게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불가론보다는 가능론쪽에 무게중심이 실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대형 브랜드PC 제조업체에 공급되는 D램 고정거래가격은 128Mb SD램 기준으로 1월 초 1.60달러에서 3월 초 4.95달러로 3배 가량 상승한 상태다. 이는 지난해 말 하이닉스 독자생존론이 거론될 당시 하이닉스 경영진과 채권단이 ‘홀로서기’의 전환점으로 보았던 ‘4달러 벽’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이날 실적발표회에서 박상호 사장이 “채권단의 자금지원 없이도 지금의 추세라면 이자 등의 금융비용 및 운용자금 3조원과 설비투자자금 1조3000억원을 자체적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독자생존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마이크론이 변수=그러나 하이닉스의 독자생존은 채권단과 마이크론이 벌이고 있는 메모리부문 매각협상이 최대 변수다. 그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마이크론이 6일 오전 채권단측에 협상 재개를 요청해옴에 따라 하이닉스 박종섭 사장은 이날 오후 미국으로 건너갔다.
마이크론이 협상 재개를 요청한 것은 그만큼 하이닉스의 반도체부문에 탐을 내고 있다는 증거다.
최근 미국을 다녀온 한국투자신탁 조영재 사장이 “미국의 투자기관들이 경기회복 속도가 빠른 우리나라 기업에 매력을 느끼고 있으며 이번 협상의 성사 가능성 또한 50% 이상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설명한 것에서도 현지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하이닉스 박 사장이 미국으로 건너간 이상 이번주 안으로는 협상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지만 1, 2월 경영실적을 놓고 다시 불거진 독자생존론은 당분간 꼬리에 꼬리를 물 것으로 보인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하이닉스 사업부문 총괄 박상호 사장 일문일답.
―현재의 실적으로 하이닉스가 생존이 가능하나.
▲1, 2월 실적을 보여준 것만으로 충분히 답변이 된 것으로 본다.
―128Mb SD램의 올해 평균가격을 얼마로 보나.
▲내부적으로는 5.60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본다. 128Mb SD램이 4달러를 유지한다면 연간으로 6조원의 매출, 5달러라면 7조원의 매출이 가능하다. 최악의 경우 3.20달러로 생각하고 있으며 이 경우에도 연간 5조원의 매출이 가능해 현금흐름(EBITA:에비타)상으로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올해 이후의 설비투자 규모는 얼마나 되나.
▲올해 1조3000억원을 투자한 이후 내년에는 2조9000억원의 투자를 예상하고 있다. 내년에 크게 늘어나는 300㎜ 일관생산라인(FAB:팹)에 대한 투자 때문이며 시장상황에 따라 투자상황은 조정될 수도 있다. 2004년에는 2조5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하이디스 해외매각 협상은 어떻게 되고 있나.
▲(전인백 부사장)대만 캔두 컨소시엄과의 매각협상은 지연되는 상황이며 완전히 결렬된 것은 아니다. 최근 TFT LCD 사업이 D램 사업과 호황세를 누리고 있어 하이디스 매각문제는 조만간 좋은 방향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
―올해 설비투자에 필요한 금액은 어떻게 조달하나.
▲매출이 5조원 정도 된다면 에비타가 2조원 정도 나온다. 올해 설비투자금액 1조3000억원, 이자 및 부채상환과 운전자금까지 3조원이 들어가지만 지난해 이월 현금이 1조원 가량 있고 자구노력으로 1조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어 올해 자금은 충분히 자체조달할 수 있다.
―2∼3년 후에 반도체 가격이 다시 하락해도 하이닉스는 생존할 수 있나.
▲하이닉스보다 더 어려운 회사가 많기 때문에 하이닉스가 퇴출되기 전에 다른 회사들이 먼저 퇴출될 것이다. 원가구조가 좋지 않은 회사가 먼저 퇴출될 것이어서 하이닉스는 충분히 생존가능하다. 하이닉스는 이를 위해 원가절감에 주력해왔으며 이미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