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의 돌풍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현재 방영되는 사극물은 4편에 이른다. 제작비와 품을 많이 팔아야 하기 때문에 외면하기 일쑤였던 사극물이 일주일 내내 시청자들의 눈을 붙잡고 있다.
한 때 60∼70%에 이르렀던 SBS TV ‘여인천하’는 30대 미시들로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KBS 2TV ‘겨울연가’ 때문에 주춤거리고 있지만 여전히 20∼3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출범 초기 방송사의 의욕에 찬 기대와는 달리 10%대에 머물렀던 MBC TV의 상도는 30∼40대 회사원들의 관심을 끌면서 방영을 연장할 정도로 자리를 잡고 있다. KBS 2TV의 명성황후도 중도에 주인공 이미연을 최명길로 교체하면서 방영을 연장하고 있다. 그리고 주말 안방을 장악했던 KBS 1TV의 ‘태조 왕건’의 후속 드라마 ‘제국의 아침’도 순조롭게 출발했다.
지난 4일 시청률 조사기관인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제국의 아침’은 무려 30.9%의 시청률로 인기순위 2위를 기록해 ‘태조 왕건’의 명성을 그대로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안방극장에서 사극의 전성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것.
이같은 성공은 사극물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방송 제작진들의 노력과 작가의 탄탄한 시나리오 구성력, 연기자들의 연기력 등이 삼위일체가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TV는 사회의 거울이라고 한다. 따라서 사극물의 성공은 사극물 자체에서 찾기보다는 우리의 현실에서 찾아야 한다. 여인천하는 지방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현재 벌어지는 우리 정치현실에 대한 불만 때문에, 상도는 정상적인 경영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비정상적인 경영으로 일확천금을 꾀하려는 우리의 기업환경 때문에 관심을 끌고 있다. 제국의 아침은 우리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우리의 성지인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북한에서 촬영한 것 등이 어우려져 시청자들의 눈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즉 현실에 대한 불만 때문에 사극물에서 대리만족을 찾고 있다. 사극물의 돌풍은 우리의 현실이 불안정하면 할수록 계속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사극물의 돌풍에서 반추해 우리사회 현실의 병리현상을 찾아 이를 풀어나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