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무연솔더링 대책 미흡

 일본이 환경보호를 위해 전자제품에 납을 쓰지 않는 무연(無鉛)솔더링 시대에 진입한 가운데 국내 전자업계도 이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 마쓰시타·소니 등이 내년말까지 자국내 모든 전자제품에서 납(Pb)성분을 제외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TDK와 로옴 같은 부품업체도 땜납 대신 무연솔더(주석·은·구리로 만든 대체합금)를 이용한 제조시스템 구축을 거의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전자업계가 이처럼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인체에 해로운 납사용을 억제하려는 선진각국의 환경정책 때문인데 EU국가의 경우 오는 2006년 1월부터 인체에 유해한 납성분이 포함된 전자제품의 수입·판매를 전면 금지할 방침이다.

 환경친화성 ‘무연(lead free)’ 딱지가 붙은 일제 휴대폰·가전제품이 그린마케팅을 내세워 세계시장에서 날개돋힌 듯 팔릴 날이 머지 않은 것이다. 반면 한국 전자업계의 무연솔더링 준비상황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들은 자체 전담팀을 만들어 납을 쓰지 않는 전자제품 조립공정에 대한 기술준비를 해왔지만 기존 SMD라인에 땜납 대신 무연솔더를 적용할 경우 생산관리·품질보증면에서 위험부담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무연솔더로 부품을 조립했다고 나중에 잘못되면 누가 책임을 지겠느냐”면서 현 상황에선 무연솔더링 보급이 계속 지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소부품업체로 내려가면 납없는 조립생산에 대한 기술력 부재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업계 주변에선 한국이 지금부터 무연솔더링을 적극 도입해도 국내 전자업계에 정착되려면 최소 2∼3년은 걸리는데 자칫 일본 전자업계와 경쟁에서 타이밍을 놓칠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전자제품의 납사용규제는 세계적인 대세지만 국내 상황에서 개별업체가 납사용을 스스로 규제하기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일본에서 무연솔더링 보급이 활발한 것은 지난해부터 가전제품 폐기시 반드시 납성분을 분리수거하는 환경 법령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한국도 무연솔더링시대에 대비해 정부차원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