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망 개방 걱정된다.”
무선인터넷 시장 활성화를 위해 추진중인 무선망 개방을 앞두고 무선인터넷 콘텐츠업체(CP)들의 표정이 오히려 어둡다.
무선망 개방은 애초 유선사업자들의 무선인터넷 사업 참여를 통해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시장확대를 꾀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그러나 무선인터넷 콘텐츠업체들은 이 같은 본래 취지와 달리 무선망 개방이 무선인터넷 콘텐츠산업에는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속을 태우고 있다.
공정경쟁이란 대의를 거스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선망 개방에 대해 이들이 우려의 눈길을 보내는 것은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대형 유선 인터넷사업자들의 시장 참여에 따라 무선인터넷 시장에서 정립된 유료서비스 모델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과 이동통신사업자들의 보호막(?) 안에서 나름대로 확보할 수 있었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무선인터넷 콘텐츠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유료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유선인터넷 시장의 경우 대부분 무료서비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유선사업자들이 초기시장 선점을 위해 이같은 무료서비스 모델을 경쟁적으로 도입한다면 이제 겨우 정립된 무선인터넷시장의 유료화가 흐려질 수 있다”고 유선사업자 참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하지만 무선인터넷 콘텐츠업계에서 무엇보다 걱정하고 있는 대목은 수익성 악화 문제다. 현재 이동통신서비스업체와 콘텐츠업체들의 수익배분율은 1대9 내지 2대8 정도. 통화료를 통해 수익을 얻는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어찌보면 후하게 콘텐츠업체들의 수익을 보장해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유선사업자들이 무선인터넷 시장에 참여할 경우 이같은 수익배분율이 깨질 것이란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유선사업자들이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 하더라도 막대한 통화료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이동통신서비스업체와 달리 콘텐츠 수익뿐이기 때문에 콘텐츠업체들에게 기존처럼 수익을 보장해 주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무선인터넷 시장에서도 현재 포털업체와 콘텐츠업체간 7대3 정도의 배분 방식이 적용될 것이란 게 관련업계의 예상이다.
한 휴대폰 벨소리 다운로드업체 사장은 “대형 유선사업자들처럼 브랜드인지도를 갖지 못한 콘텐츠업체들은 결국 이들의 하위 CP로 활동할 수밖에 없고 이들이 정해주는 수익배분방식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자조섞인 위기감을 표시했다.
그는 또 “이동통신서비스를 통해 무선인터넷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 사업자는 500여개에 달하지만 이중 수익을 내고 있는 업체는 5% 미만”이라며 “망개방으로 무선인터넷산업 활성화는커녕 그나마 수익을 내고 있던 회사들까지 문을 닫게 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