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와 부채상환 분쟁관련 합의서에 대해 내부 정리한 대우전자호의 향배는.
지난 6일 열린 대우전자 이사회가 지난 2년여 간 끌어온 하이마트와의 채권분쟁과 관련한 양측 가합의서를 일단 수용함으로써 대우전자 회생의 물꼬를 튼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에서 통과시킨 가합의안의 골자는 △하이마트가 대우전자측에 미수 물품대금 원금 3300억원을 즉시 또는 분할 상환 △올해 1400억원 상당의 대우전자 제품을 판매하고 내년부터 2006년까지 평균 1700억원 가량의 약정고를 정해 판매를 보장 △약정고를 초과해 판매할 경우 일정액의 인센티브를 주는 안 등이다. 또 양측이 팽팽한 이견을 보였던 대출이자 1800억원에 대해서는 법원 판결에 따르기로 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하이마트측이 이사회를 거쳐 이 내용을 의결하고 채권단이 최종 승인하느냐 여부다. 하지만 이미 양측의 가합의안이 대우전자 이사회의 의결을 거친 만큼 대우전자 부채해결과 함께 하이마트의 자금사정이 숨통을 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하이마트측이 가합의서에서 대우전자의 대출원금 3296억원을 인정한 만큼 대우전자 주채권은행인 한빛은행 등도 총 3조여원의 대출금 일부를 회수할 수 있는 실마리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하이마트측은 이달말께 대우전자의 이사회 내용을 놓고 이사회를 열어 수용여부를 판단하게 되지만 가합의안이 윈윈 게임인 만큼 긍정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전자의 가합의서 통과 영향=이번 대우전자 이사회가 하이마트와 체결한 가합의서 통과사실은 이르면 한달 이내에 대우전자와 하이마트 모두에 정상적인 영업활동의 길을 열어놓았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우선 대우전자는 현재 소송에 계류중인 대금 3300억원을 회수해 자금줄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는 한편 막강한 유통기반을 확보함으로써 매출 향상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일부나마 회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대우전자 이판웅 전무는 “하이마트가 이사회에서 이번 내용을 수용하게 된다면 지난해부터 하이마트를 상대로 가압류 조치한 1400억원이 풀리는 효과를 보면서 그동안 시달려온 현금유동성 위기설에서 탈피할 수 있게 된다. 또 지난해 12월부터 법원이 사당, 봉천, 강남, 논현 등 하이마트 매장에 가압류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미지 쇄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의미와 전망=이번 이사회의 가합의안 통과는 대우전자에 유통망 확보에 따른 지속적인 매출증가를 기대할 수 있고 회수자금 가운데 일부를 기업개선자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돼 현재 진행중인 매각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대우측의 가합의안 통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 5일 열린 첫 임시이사회에서 가합의안 수용불가 입장을 전달했던 대우전자 사무직 노동자조합격인 사무직위원회의 엄대용 위원장은 “이번 가합의안이 채권단에만 이로운 일일 뿐 대우전자의 기업개선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아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사무직위원회측은 대우전자가 이자와 원금을 일부 탕감해주는 대신 하이마트의 지분 20%와 등기이사 3분의 1 임명권 등을 가짐으로써 유통망의 안정적인 확보를 통해 지속적인 매출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하이마트측이 이 안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가합의안에서 이 부분은 포함되지 않았다.
◇향후 과제=대우전자는 하이마트와의 분쟁건 외에도 기업 정상화를 위해 가야 할 길이 멀다. 우선 지난 2월말 입찰제안서 접수를 마친 기업 매각 문제다. 대우전자측에서는 입찰 참여 기업이나 금액에 대해 일체의 언급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채권단이 제안서 검토를 진행중이어서 이르면 다음주가 지나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우전자에 부담을 주는 또 하나의 요소는 오는 25일 주총을 앞두고 상장폐지가 확실시된다는 점이다. 이미 워크아웃 기업으로서 주식가치는 땅에 떨어지다시피 했지만 한때 국내 대표적인 가전업체 중 하나로 명성을 날렸던 대우로서 ‘상장폐지’는 기업이나 임직원, 주주 모두에게 치명적인 ‘상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업의 상장폐지 조건은 3년 연속 자본잠식 상태에 있거나, 회계법인으로부터 3년 연속 감사의견거절을 통보받을 경우다. 대우전자는 올해 두가지 조건에 모두 해당돼 상장폐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주주들의 반발과 질타가 거셀 것으로 보여 이 부분에 대한 부담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이사회를 통해 대우전자는 일단 영업활동과 현금유동성 확보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하이마트와의 분쟁마무리의 실마리를 잡았다. 이러한 대우전자가 향후 매출확대를 꾀하고 합리적인 조건에 매각돼 회생의 길을 걸을지, 이대로 과거의 명성이 역사에 남을지는 하이마트가 이 조건을 수용하는 흐름속에 사실상 채권단의 판단으로 넘어간 셈이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
<> 대우전자 -하이마트 분쟁일지 <>
1998.1 대우전자, 국내영업조직 한국신용유통(하이마트 전신)으로 이관
1999.12 대우전자, 워크아웃 실시
1999.12 한국신용유통, 상호 하이마트(자본금 52억원)로 변경
2001.10 하이마트, 대우전자제품 납품 거부
2001.12.11 대우전자, 하이마트 예금 등에 대한 1차 가압류
2001.12.24 대우전자, 하이마트에 대해 3569억원 매출채권 지급소송 서울지법 서부지원에 제기
2001.12.29 대우전자 하이마트 예금 등에 대한 2차 가압류
2002.1.18 대우전자, 채권단에 협상 위임
2002.2.28 대우전자 채권단, 하이마트와 채권중재안에 합의
2002.3.6 대우전자 이사회, 채권단 중재안 승인결정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