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협상 시나리오-`우선매각`독자생존` 막판 갈림길

-1안: 협상 타결-이연수 부행장 출국-MOU 체결 확정

 -2안: 협상 결렬-독자생존-강도높은 내부 구조조정

 -3안: 협상 보류-시간끌기-구도 정리된 다음 키스앤드세이 굿바이 

 

 하이닉스반도체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수정협상안을 놓고 막바지 조율에 들어갔다. 6일 오후(한국시각) 미국으로 건너간 박종섭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은 스티븐 애플턴 사장 등 마이크론 경영진과 최종 베팅을 진행중이다.

 비록 지금은 마이크론과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협상이 결렬돼도 흑자로 돌아선 영업실적을 바탕으로 독자생존이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양측이 이번 협상에서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세계 반도체업계의 눈이 미국 보이시로 쏠리고 있다. 이후 가능한 협상 시나리오를 점검해본다.

 ◇협상 타결, MOU 체결=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박종섭 사장은 이번 주말까지 마이크론측과 막바지 절충을 시도할 계획이다. 비록 하이닉스 독자생존이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이 일고 있지만 우선 조기 채권회수가 가능한 매각쪽이 리스크가 덜하다는 게 채권단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는 이와관련, 7일 “1, 2월 영업실적이 흑자로 돌아섰다고 해서 하이닉스의 독자생존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면서 “대단위 설비투자와 부채조정이 필요한 만큼 해외업체와 제휴가 바람직하다”고 말해, 독자생존론을 일축했다. 이를 반영하듯, 하이닉스의 주가는 7일 하한가로 장을 마감했다.

 박 사장이 이번 협상에서 마이크론과 하이닉스 잔존법인에 대한 지원과 마이크론코리아에 지급할 신규자금 금리, 매각대금으로 받은 주식 처분기간 등 채권단이 수정을 요구한 사안이 좁혀져 최종 타결의 가닥을 잡으면 채권단 관계자들이 주말께 미국으로 건너갈 예정이다.

 채권은행 고위 관계자는 “박 사장이 마이크론과 수정협상안에 대해 최종 막바지 조율이 완료되면 이연수 외환은행 부행장 등 채권단 관계자들이 현지로 출국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주초 마이크론과 개괄적인 내용이 담긴 MOU 체결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협상 결렬=현재로선 협상결렬 가능성 또한 만만치 않다. 지난해 12월 하이닉스와 마이크론간의 협상이 본격화한 이후 메모리가격이 급등, 반도체산업 자체가 회복기에 접어들어 이들 회사는 충분한 반사이익을 챙겼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초 0.88달러까지 떨어졌던 128Mb SD램은 7일 현재 4.50달러까지 회복돼 5배 이상이 급등했다. 4.50달러는 메모리 제조단가인 3달러 초반을 훨씬 넘어선 가격으로 적자에 허덕이던 마이크론뿐만 아니라 심각한 유동성 위기로 존폐에 몰렸던 하이닉스까지도 충분히 자생할 수 있는 선이다. 따라서 설사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피차 손해볼 것은 없다.

 더욱이 메모리 수급구조의 안정으로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3달러 미만으로 폭락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어서 ‘협상효과’는 충분히 달성된 셈이다. ‘하이닉스를 살리자’는 국내 분위기 또한 협상결렬 가능성을 높여주는 또다른 근거로 작용한다.

 여기에 지난 6일 하이닉스가 올 1월과 2월의 실적을 발표, 독자생존의 불씨를 살려놓았다. 메모리가격이 현재의 5달러대가 아닌 3.20달러만 유지돼도 더 이상의 자금지원 없이 생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채권단측에 이자를 모두 갚고 1조3000억원의 설비투자를 단행할 수 있음을 대외에 천명한 것이다.

 결국 이번 협상이 결렬된다면 하이닉스는 독자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반도체가격 강세로 분위기는 상당히 호전된 상태지만 홀로서기를 위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수반될 것이 분명하다.

 ◇협상 보류=그러나 이번 협상에서 양측이 꼭 최종적인 결론을 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공식 협상을 시작한 이후 반도체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메모리가격은 급등했고 하이닉스는 1, 2월 영업이익이 1100억원, 마이크론 역시 12월부터 2월말로 끝나는 2002년 2분기 세전이익이 2억5000만달러로 예상되는 등 실적이 급개선되고 있다.

 더욱이 메모리 재고조정이 끝났고 생산량을 대폭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에서는 당분간 협상을 끌고가도 나쁠 게 없다는 것. 협상을 지연시켜도 반도체산업 측면에서 해가 될 게 전혀 없을 뿐더러 협상타결 가능성을 남겨놓음에 따라 유지되는 기대심리로 시장을 한층 안정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마이크론 마이클 새들러 월드와이드영업담당 부사장도 “하이닉스와의 협상 이후 D램 수익이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다”면서 “재고도 2, 3주에 못미치고 주문도 강하게 일고 있어 당분간 메모리 가격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양측이 암묵적인 합의하에 협상을 끌면서 서로 이득을 누린 다음 시장이 급속히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께나 가서 낮은 단계의 전략적 제휴를 맺고 매각·인수 협상을 끝낼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