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고성능 클러스터 슈퍼컴퓨터를 자체 설계,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된 것은 국내 PC자원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슈퍼컴의 자급시대를 열었다는 의미가 있다.
이는 PC에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범위가 확대되는 것이고 향후 테라급 슈퍼컴 수준의 클러스터를 개발할 수 있는 토대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이번 슈퍼컴을 개발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테라 클러스터 개발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이번에 개발한 ‘테라퓨타’는 지난 97년 11월 도입된 초병렬 슈퍼컴퓨터(MMP)인 크레이 T3E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됐다. T3E의 이론성능은 115기가플롭스에 기억용량 16Gb, 프로세서는 128개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테라퓨타는 리눅스 기반의 대용량 프로세서 시스템 소프트웨어와 펜티엄4 1.7㎓ 프로세서 128개를 사용, 데이터 처리속도에서도 현재 기상청이 보유하고 있는 NEC사 SX-5/28M2 모델의 212기가플롭스보다 더 빠른 국내 최고인 최대 230기가플롭스(초당 1000억회 연산능력)의 성능을 구현했다.
제작비용 또한 97년 KISTI가 구입한 600만달러짜리 T3E보다 훨씬 저렴한 6억원대로 그 이상의 성능을 낼 수 있어 국제적인 가격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등 세계시장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 슈퍼컴은 5대 국가기간전산망의 하나인 연구전산망(KREONet)과 고성능전산망(HPCNet)을 통한 과학기술정보의 원활한 정보교류 환경제공 및 세계수준의 대용량 데이터 고속처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슈퍼컴 전용망과 연계, 고성능전산망의 고속통신회선을 통해 전국의 278개 기관 15만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93년부터 매년 두번씩 세계적인 성능을 가진 컴퓨터의 순위를 정하는 ‘TOP500 슈퍼컴퓨터’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현재 데이터 처리속도면에서 기상청이 보유하고 있는 NEC사 SX-5/28M2 모델이 1위에 올라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IBM이 전세계의 28.2%,크레이가 26.6%, 선이 22.6%, HP가 9%의 슈퍼컴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는 HP, 선, 컴팩 제품이 각각 32%, 28%, 20%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미국 회사 제품이 98%에 달한다.
TOP500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는 IBM의 시장점유율이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HP가 1위를 차지해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컴퓨팅파워면에서 우리나라는 미국과 캐나다에 비해 109배, 일본과는 18배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테라퓨타의 개발을 계기로 국내 보급이 활성화된다면 미국이나 일본 등과의 슈퍼컴 파워 격차도 상당히 좁힐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향후 KISTI는 응용연구코드 지원과 계산 그리드(국가 그리드)의 컴퓨팅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현재의 처리속도보다 4배 이상 빠른 펜티엄4급 PC 512대로 구성되는 테라급 클러스터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상산 슈퍼컴퓨팅센터장은 “리눅스 PC클러스터 기반의 고성능 컴퓨터를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한다면 국내 PC산업은 물론 과학기술분야에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