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이 발달하면서 보건의료정보시스템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업무중심에서 환자중심으로, 통계자료에서 원자료기록으로, 데이터기반에서 지식기반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처럼 보건의료정보시스템의 패러다임이 환자중심·기록중심·지식기반의 시스템으로 옮겨가면서 보건의료체계에 제일 큰 사용자 그룹으로 환자와 가장 많은 접촉을 하면서 환자 가까이서 정보를 수집하는 간호사들의 업무를 다루는 간호정보시스템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간호정보시스템은 주로 다른 부서와 관련된 업무위주로, 그리고 정형화된 서식에 기록되는 내용위주로 개발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환자의 변화를 서술식으로 기록하는 간호기록은 개발 순위에서 언제나 밀려나 있었다.
그러나 최근 환자중심·원자료중심의 기록과 재활용 가능한 자료의 중요성이 더해가면서 진료과정기록·간호기록과 같은 프리 텍스트로 기록된 내용을 포함한 환자중심의 전자의무기록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전산화 방법으로는 서술식 기록 내용을 스캔해서 저장하는 것이었으나 이러한 방법은 저장공간을 많이 차지할 뿐 아니라 자료의 재활용이 어렵다. 이보다 한단계 발전된 방법이 표준 진술문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기록에 자주 사용되는 진술문 목록을 미리 저장해두고 사용자들이 환자에게 해당되는 진술문을 선택해 기록을 작성하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 저장된 자료를 재활용하기 위해선 자연어 처리기능과 용어 및 용어구조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보건의료분야의 용어·어휘 그리고 분류체계의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위에서 언급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대안으로 용어·어휘와 분류체계를 사용해 구조화된 방법으로 자료를 입력하는 방법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구조화된 자료입력에 사용되는 용어체계는 열거형과 조합형이 있다. 열거형 용어체계에서는 복잡한 개념을 미리 조합해 사용하는 데 대표적인 예로 국제질병분류체계인 ICD를 들 수 있다. 비교적 간단해 사용하기가 편리하며, 통계 등 특정목적에 적합하지만 표현과 분석에서 융통성이 부족하고 구조에 계층이나 용어의 추가가 어려우며 일반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기에 부적당하다.
따라서 사용 목적에 따라 여러 종류의 분류체계가 개발되고 있다. 조합형 용어체계는 여러 개의 단순한(원자단위) 개념을 조합해 복잡한(분자단위) 개념을 구축할 수 있는 다축·다계층 용어체계를 말한다. 조합형 용어체계의 예로는 SNOMED·ICNP를 들 수 있다. 장점으론 표현력이 뛰어나고 작은 수의 축과 개념으로 많은 수의 용어를 생성할 수 있으며 융통성 있는 분석이 가능하다.
또 한 개념이 한 개 이상의 용어를 조합하는 데 사용되며, 구조화된 자료입력을 지원한다. 단점으론 너무 많은 조합이 가능하고 이로 인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개발하기가 어렵고 이상한 조합을 만들 수도 있다.
조합형 용어체계 기반의 전자간호기록을 개발하기 위해선 우선 조합형 용어체계에 포함된 원자단위 개념을 조합해 열거형 분류체계에 포함된 분자단위 개념과 임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서술문을 작성할 수 있게 해주는 용어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일반 간호사들이 실제 전자간호기록을 생성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 시스템엔 용어관리 시스템에서 이미 생성해 저장해둔 진술문을 분류, 특정 환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진술문을 선정해 보여주는 기능이 필요하다. 현재 세계표준기구 보건의료정보 기술위원회에서 간호용어체계에 대한 표준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간호용어체계의 국제 표준이 발표되면 앞으로 용어체계 기반의 전자간호기록 시스템의 개발이 급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