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도서관이 몸살을 앓는 새학기가 돌아왔다.
대학도서관은 개강 이후 1, 2주 동안은 각종 교양 및 전공서적을 대출하려는 학생들로 붐비게 된다.
강의가 시작되면 교수가 주교재나 리포트 작성시 참고할 부교재를 알려주게 되는데 이러한 서적을 다른 학생들보다 빨리 대출하려고 학생들이 몰려드는 것이다.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이러한 서적을 대출하려는 것은 전공과 무관한 교양강의의 경우 교재를 구입하기보다는 빌려보려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첫 강의가 끝나고 나면 학생들은 교재대출을 위해 도서관까지 달리기 경쟁을 펼친다. 이러한 첫 번째 경쟁에서는 남학생들이 유리하지만 예리한 여학생들은 선수를 치기도 한다. 강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인터넷강의 계획서를 참고해 관련서적을 한 발 앞서 대출해 가는 것이다.
이렇게 치열한 첫 전투(?)가 끝나고 나면 또 다른 전장이 기다리고 있다. 교내 도서관은 대출기간이 2주 정도로 한정돼 있기 때문에 학기 내내 교재를 가지고 있을 수 없다. 따라서 개강하는 주에 교재를 대출하지 못한 학생들은 인터넷으로 대출을 예약해 놓기도 하지만 반환되는 책을 수중에 넣기는 쉽지 않다. 도서 반납 후 관리원이 교재를 해당 책꽂이에 꽂기도 전에 카트 위에서 이를 낚아채가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또 어떤 학생들은 같은 교재가 여러 권 있을 때 한 권만 대출하고 나머지는 자신만이 아는 다른 책꽂이로 은밀히 옮겨놓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도서검색에서 대출 가능한 책이 있다고 확인됐을지라도 다른 학생들은 이 책을 찾을 길이 없어지게 된다. 이런 얄팍한 수법으로 한 학기 내내 교재를 돌려가며 계속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민첩성이 떨어지는 학생들은 교재 한 권을 대출하고 한 두 달 가량 반납하지 않고 방치하기도 한다. 대학 도서관의 경우 미반납 시에도 연체료가 비싸지 않기 때문에 일정 기간 후 대출경쟁이 잠잠해지면 연체료와 함께 반납하고 곧바로 다음 날 다시 대출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다른 대학의 친구들로부터 돌려가며 책을 빌려달라고 하거나 시립·구·마을도서관을 두루 돌아가며 대출하는 등 교재비를 아끼려는 학생들의 노력은 대단하다.
한양대 박모씨(경제 99)는 “전공과 무관한 교양서적을 매학기 3, 4권씩 구입하기에는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것이 이해할 만한 사실”이라며 “인터넷을 이용해 리포트나 시험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학생들의 교재구입 기피현상을 부추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명예기자=권해주·한양대 postman666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