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할인점 고가 가전 줄다리기

 “우리가 유통시장의 강자다. 고급가전을 공급해라.” “무슨 소리, 전문상가·양판점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 가격질서 문란이나 바로잡아라.”

 유통시장의 신흥 강호로 떠오른 할인점과 가전업체가 PDP TV 등 최근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고급가전 제품 공급을 둘러싸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요즘 할인점 매장을 찾는 고객은 고급 가전을 구입하기가 쉽지 않다. 할인점이 PDP TV, 프리미엄급 냉장고 등 새롭게 주목받는 고가 디지털가전을 제대로 취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PDP업계의 쌍벽이라 할 LG전자와 삼성전자의 PDP TV는 출고되고 있는 어느 모델도 할인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이로인해 할인점들은 올해 처음 제품을 내놓은 대우전자와 외산가전업체의 제품으로 가전매장 구색을 갖춰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마트의 경우 전체 42개 매장 중 은평점에서만 유일하게 LG전자의 60인치 PDP TV를 전시·판매하고 있으며 이것도 메이커와의 직거래가 아닌 대리점을 통해 들여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프리미엄급 냉장고인 인테리어 지펠과 스페이스 디오스 냉장고도 마찬가지다. 인테리어 지펠 냉장고는 최근들어 일부 매장에 깔리고 있지만 스페이스 디오스 냉장고는 여전히 취급하지 못하고 있다.

 할인점 업체 중 구매력이 가장 높다는 이마트가 이런 실정이고 보면 삼성홈플러스와 한국까르푸의 상황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실제로 삼성홈플러스와 한국까르푸 매장에서도 LG전자와 삼성전자의 PDP TV와 인테리어 지펠, 스페이스 디오스 냉장고를 한대도 찾아볼 수 없다. 올들어 프로젝션TV 몇 모델을 갖춰놓은 것이 전부다.

 할인점 관계자에 따르면 “메이커들이 백화점 공급가보다 10원이라도 낮게 판매하면 안된다는 공급조항을 내세우고 있어 할인점이 이를 수용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전략적으로 고급 디지털 가전에 대해 할인점에만 공급 제한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털어 놨다.

 반면 가전메이커들은 그동안 할인점들의 제살깎기식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인해 가전제품의 가격 질서가 흐려지면서 자사 대리점이나 양판점 등으로부터 원성을 들어온 것이 사실이다. 할인점 매출이 늘어날수록 자사 대리점과 양판점의 상대적 피해가 불어나는 일종의 제로섬 게임 성격이어서 항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자칫 남의 자식 돌보려다 제자식 눈에 피눈물 맺히게 하는 꼴이다. 또 할인점들이 지속적으로 가전에서까지 자사상표(PB : Private Brand)제품을 개발해 독자적 힘을 갖추면서 기존의 협력관계도 경쟁관계로 이어지는 등 불편한 관계로 발전해 왔다.

 따라서 이같은 고가 디지털 가전에 대한 메이커의 보이지 않는 할인점 배제 움직임은 날로 힘을 키워가는 할인점을 견제하고 자사 대리점 및 양판점 보호 차원에서 비롯된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다.

 물론 가전업체측은 “공급가격을 놓고 입장이 달라 몇몇 제품이 할인점에 깔리지 못하는 것일 뿐 자체적으로 할인점에 대해서만 제품 공급을 제한하는 조치는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