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두냐 혼하니냐, 아니면 제3자냐.’
하이닉스반도체와 마이크론간의 매각협상이 조만간 결론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하이닉스의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사업부문(하이디스) 매각 향방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이디스는 당초 대만의 디스플레이업체 캔두가 TFT LCD 사업 강화를 위해 컨소시엄 형태로 우선 협상권을 갖고 지난해 말 계약금 1000만달러까지 지불하며 하이디스 인수를 추진해왔다.
캔두는 그러나 4억달러(현물 2억5000만달러 별도)에 달하는 인수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하이디스의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하이닉스에 중도금 및 잔금 납입을 수차례에 걸쳐 미뤄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돼왔다.
캔두가 인수자금 납입을 계속 연기하자 하이닉스측은 지난달 캔두에 부여했던 배타적 협상권을 박탈했다. 캔두측이 계약을 계속 이행하지 않는 만큼 캔두가 아니더라도 누구와도 매각 협상을 벌이겠다는 하이닉스측의 의지를 대외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하이닉스의 이같은 의지 표현은 일견 TFT LCD 시장의 빠른 회복세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TFT LCD 수요가 노트북 중심에서 데스크톱과 이동전화 등으로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전세계적인 공급부족(쇼티지) 현상이 발생, 가격이 급등세를 타면서 하이디스가 흑자전환하는 등 상황이 반전된 것.
상황이 이렇게 되자 캔두측은 하이디스 인수 컨소시엄에 새로운 기관투자가를 끌어들였다고 발표하는 등 하이디스 인수를 위한 발걸음을 다시 떼기 시작했다. 하이닉스측도 새로운 업체와의 협상설을 부인하지 않았지만 캔두측이 우선권이 있음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하이닉스 전인백 부사장은 이와 관련, 지난 6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메모리와 함께 TFT LCD 부문의 상황이 좋아지고 있어 매각을 추진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면서 “조만간 좋은 방향으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해 캔두측과의 협상에 변수를 없음을 시사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캔두 컨소시엄의 하이디스 인수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하이닉스가 캔두로부터 우선협상권을 박탈한 것 자체만 봐도 다른 인수업체가 수면 위로 부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쪽에서도 “하이닉스가 다른 대만회사와도 매각을 타진중이며 이 업체는 캔두가 추진중인 신디케이트론 형태가 아닌 자체 자금으로 인수를 추진중”이라는 말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대만 커머셜타임스도 최근 “혼하니가 하이디스 지분 80% 이상 인수자금으로 4억5000만달러를 지불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여기에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국내업체로의 매각설도 불거지고 있다. 유기EL 사업에 애착을 갖고 있는 SK가 관련 기술 및 인력 확보 차원에서 국내 인수선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SK는 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하이닉스측도 SK 인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캔두든 혼하니든, 제3의 업체든 이제 하이디스 매각의 칼자루는 하이닉스측이 쥐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부문 매각이 이뤄지면 LCD부문은 소규모 협상(딜)이라는 측면에서 하이디스 매각은 의외로 쉽게 매듭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TFT LCD 공급부족에 따른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보이는 시장환경 변화에 따라 하이디스의 운명은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통들의 전망이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