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디지털사진 TV로 볼까 PC로 볼까

  디지털사진 시장의 중심축은 과연 TV인가, 아니면 PC인가.

 하이테크 사진광이라면 리모컨으로 TV를 켜 가족사진 앨범에 다이얼을 맞춰 보는 날이 올 것 같다. 반면 PC도 가족의 귀중한 추억을 저장하는 장소로 선호하는 이가 많아 이미 디지털사진 애호가의 중심도구로 변한 지 오래다. 이처럼 TV도 PC도 아니라면 1시간내 즉석인화점에서 뽑은 스냅사진을 집안에 계속 쌓아두고 냉장고에 붙여놓거나 서랍속과 먼지낀 다락방에 보관해도 그만이다.

 디지털사진의 미래를 점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주요 하이테크 업체들은 너나없이 디지털사진 시장의 미래를 내다보고 일찌감치 대규모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디지털사진 시장규모는 현재 연간 디지털카메라 판매액만 100억달러에 이른다. 게다가 관련 소프트웨어와 주변장치 시장은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이 디지털사진 시장이 확대되면서 디지털사진 작업의 중심장비가 TV냐 PC냐 하는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한때 ‘TV시청 중독자’만을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은 TV가 앞으로 디지털사진을 위한 ‘양방향 센터’로 재탄생할 것으로 점친다.

 인포트렌즈리서치그룹의 크리스티 홀츠 사장은 “TV가 사진감상과 공유에 아주 편리한 수단이라는 인식이 점차 퍼질 것”이라며 “PC가 없거나 기술 문외한인 사람에게는 지능형 셋톱 장치가 디지털사진으로 가는 ‘진입로’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차세대 셋톱박스 장치와 개인용 비디오녹화기(PVR), 비디오게임기, 홈미디어센터를 이용해 사진을 처리, 저장하고 TV에 연결시켜 TV화면으로 사진을 보는 일이 가능하다.

 홀츠 사장은 “홈네트워크나 셋톱 인터넷연결, 고선명TV의 지속적 성장역시 TV 기반 디지털사진 보급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컴퓨터는 이에 맞서 혁신적 디자인과 디지털사진 및 비디오의 사용을 간편하게 만든 PC로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실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겸 CEO는 PC를 신기술에 기반을 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디지털 허브’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추진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 비디오 게임기용 칩세트 등 3D 그래픽 기술로 유명한 엔비디아도 PC를 디지털사진과 비디오, 그래픽 같은 디지털 이미지 처리를 위한 필수 장비로 여긴다.

 마이클 하라 엔비디아 대변인은 “누구나 이제 PC가 생산성 향상도구 이상이라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PC는 동시에 중앙 파일서버로 안방에서 이더넷 연결이나 무선으로 PC자료실로부터 가족앨범을 뽑아볼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디지털사진 혁명은 그 수단이 TV냐 PC냐에 상관없이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됐고 특히 카메라 가격하락이 디지털사진 혁명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온라인점포 컴프USA닷컴을 잠깐 훑어보아도 디지털카메라 메이커들은 여러 종류의 애플리케이션과 가격대 제품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3차원 기능을 가진 디지털 줌카메라 가격이 800달러선이고 디지털 스틸카메라 가격은 500달러에 육박한다. 비디오 영상회의용 카메라는 여러 메이커 제품이 나와있으며 가격은 대당 150달러 정도다.

 인포트렌즈는 최근 전세계 카메라 시장규모가 2006년에 99억달러에 이르고 이 중 디지털카메라 판매액이 63%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온라인 사이트를 이용하는 소비자도 디지털사진 서비스에 만족하는 추세다. 비상장 온라인 사진 현상·저장·인화 서비스업체인 셔터플라이는 지난해 12월 자사 매출의 83%가 단골손님한테 나올 정도로 소비자 만족도가 높다고 밝혔다.

 휘트니 브라운 셔터플라이 대변인은 “온라인 사진작업은 인화를 원하는 사진값만 내면 되며 ‘붉은 눈’을 편집기술을 이용해 없애고 집에서 손쉽게 사진을 인화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 이 같은 절차를 TV 셋톱박스로 하길 원할까, 아니면 지금처럼 PC를 이용할까.

 브라운 대변인은 “디지털사진은 소비자가 잘 이해하고 PC작업에 익숙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디지털사진 이용자 대부분이 PC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진단했다.

 셔터플라이는 그러나 셋톱박스의 도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브라운 대변인은 “우리는 DVD가 좋은 방법인지 평가중”이라며 “디지털사진 산업이 비교적 새로운 분야여서 고객의 반응이 어떨지 가늠하기가 아직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사진애호가 상당수는 하이테크를 잘 모르는 이들로 이들이 원하는 것은 스냅사진이 전부다. 스냅사진 사업을 사실상 처음 만든 사진 거인 이스트먼 코닥이 디지털사진 처리를 위한 소매사진점인 키오스크를 새로 개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사진점은 오는 5월 선보인다. 소비자들은 이를 이용하면 디지털사진을 저장하는 카메라 메모리 장치를 빼 키오스크에 끼워 사진을 편집, 인화하거나 CD에 이미지를 써넣을 수 있게 된다.

 코닥은 디지털 이미지를 키오스크에서 직접 인터넷으로 업로드시키는 기능도 연말까지 새로 도입하고 이 셀프서비스형 사진점을 소매상점과 약국이외에 호텔과 인터넷카페 같은 장소에도 설치할 계획이다.

 소비자는 디지털사진을 처리하는 단계별로 요금을 내고 이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댄 카프 코닥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디지털사진은 간편한 게 생명”이라면서 “소매사진점이 디지털사진 인화작업을 손쉽게 만드는데 큰 몫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