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확정 여부와 함께 여러 기업에서 우후죽순격으로 내놓던 대 중국 진출전략은 얼마나 그 걸음을 내딛고 있을까. 새로운 시장에 대한 흥분이 다소 가라앉은 지금, 많은 기업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해답을 찾기는 커녕 새로운 벽에 부딪쳐 곤혹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새롭게 개방되는 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정책이 아직까지도 제도나 규정으로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접하는 정보조차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세나 법인설립 관련 제도 역시 지역별 편차가 크다는 점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이에 본지는 중국 진출을 앞두고 현실적인 고민을 하는 기업들을 위해 브이소사이어티(대표 이형승) 중국포럼과 공동 주관하고, e차이나센터 후원으로 ‘한-중 IT 포럼’을 기획했다. 오는 6월까지 총 12회에 걸쳐 격주로 진행되는 포럼에서는 국내외 중국 전문가를 강사로 초빙, 법인설립 조건을 비롯해 노사문제·조세·금융제도·지역문화·파트너관계·성공사례 등 중국 사업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공유할 계획이다. 또 중국 현지일정을 개최, 베이징대·대외무역경제합작부·상하이증권거래소 전문가들을 통해 중국 현지상황에 대한 정보를 직접 듣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 중국 진출을 고민하는 기업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장을 만들 계획이다.
지난 7일 처음 개최된 1회 포럼에서는 ‘중국의 지역별 특성과 진출전략-중국의 지역경제구조·성장지역·지역별 진출전략’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브이소사이어티는 지난 2000년 대기업 및 벤처 CEO가 네트워크 비즈니스를 위해 만든 기업으로 올 초 중국포럼을 만들었다. 1회 포럼에는 김준 경방 전무, 김홍선 시큐어소프트 사장, 박규헌 이네트 사장, 윤남철 드리머 사장, 정태호 코세로지스틱스 사장, 최태원 SK 회장, 강문석 TG아시아벤처 사장, 이형승 브이소사이어티 사장, 전수용 이니시스 이사, 양평섭 이차이나센터 소장, 김경묵 부장 등이 참여했다. 편집자
<발제문>
주제 : ‘중국의 지역별 특성과 진출전략-중국의 지역경제구조·성장지역·지역별 진출전략’
강사 : 김주영 부부장(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앞으로 10년 동안 중국 경제의 발전은 무엇보다 공업배치와 지역개발이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 거점형에서 그 거점을 연결하는 그물망식 발전이 예상된다. 이미 창장(長江) 삼각주, 주장(珠江) 삼각주, 환보하이만 지구는 이런 그물형 발전단계에 진입해있다. 창장 중상류 지역에 위한 안후이(安徽)의 허페이(合肥), 장시(江西)의 난창(南昌), 후베이(湖北)의 우한(武漢), 후난(湖南)의 창사(長沙) 등은 향후 10년 정도 지속개발을 통해 중국 경제성장의 한 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차 5개년 지역별 경제발전 전략의 기본 목표는 무엇보다 서부 대개발을 통해 동부와 서부지역의 지역차를 축소하자는 데 있다. 동부지역은 상하이와 베이징을 동북아지역 경제와 국제금융 중심지로 육성하고 상하이와 톈진(天津)을 남과 북을 대표하는 물류기지로 건설할 계획이며, 우한·창춘(長春)·정저우 등을 중심으로 한 중부지역은 고부가가치 제조업과 첨단기술 산업을 공동 육성한다. 또 시안(西安)·충징(重慶)·청두(成都)·란저우(蘭州) 등을 포함하는 서부지역은 마이크로전자·광통신·신소재·생명공학 등을 육성할 계획이다.
△상하이지역을 중심으로 한 창장삼각주지역은 향후 중국 경제의 중심지다. 남북을 연결하고, 물류가 집산되는 요충지로서 상하이·장쑤(江蘇)·저장(浙江)성이 핵심 3개 지역이다. 외국자본이 23% 이상 유치돼 있는 등 국유·민간·외자기업이 고르게 발달돼 있다. 특히 상하이에 들어설 첨단산업기술단지에는 정보기술·생명공학·항공우주·신소재 등 첨단기술 및 고부가치 산업과 연구개발(R&D)센터가 설치되며, 베이징과 선전, 서한 등 총 4곳에 첨단산업기술단지가 들어선다. 문제점은 앞의 3개 성이 함께 발전해야 하기 때문에 지역이기주의 우려가 높다. 중국의 자동차기업 중 100개 공장이 몰려있는데, 이 중 1년에 단 한대도 생산하지 않는 공장도 있다. 이런 이유로 타 지역에서 생산되는 자동차를 사면 30%의 부가세를 내야 한다. 국내 기업이 진출할 경우 성별·현별 진입세를 고려해야 한다.
△광둥(廣東)성을 중심으로 한 ‘중강 삼각주’는 향후 광저우(廣州), 선전 중심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홍콩·마카오·타이완 등과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어 예로부터 가공무역이 발달했다. 광둥성 한 지역의 교역량이 중국 전체의 37%를 차지하고 있고, 전체 외국인의 직접투자액 중 60%가 홍콩·마카오 자본으로 대부분 광둥성 지역에 투자, 공업기초를 다지는 데 기여했다. 현재 가전의약·건축자재 등 경공업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여기서 창출된 부로 선전이나 퉁관(潼關)을 중심으로 첨단산업단지를 육성하고자 한다. 중국 개방의 실험지역으로 지방정부의 제도 및 정비도 다른 지역보다 앞서 나간다. 소도시의 특성상 경제발전의 한계 즉, 과학기술인력이 부족하고, 유사제품이나 가짜상품이 난무한다는 점은 문제점으로 꼽힌다.
△베이징과 톈진을 중심으로 한 ‘환발해지구’는 천연자원이 상대적으로 풍부
하다. 헤이룽장(黑龍江)의 대령은 중국 전체 석유량의 40%가 생산되고, 산둥성에 있는 승리유전은 중국 제2의 석유생산지다. 바로 이런 조건이 지역경제의 60% 이상을 중공업이 차지할 수 있는 이유다. 과학기술인력이 중국에서 가장 풍부하고 수도라는 이점 때문에 중국 정보의 중심지가 되었다. 그러나 수도가 갖는 폐쇄적인 성격은 같은 권역내 지역과 융합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인적자원이 풍부하지만 호구제도의 이원화로 인해 외지에 있는 전문인력들이 베이징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로 꼽힌다. 베이징에서 사업을 할 경우 필요한 인력을 유치하는 데 제약을 받게 된다는 의미다. 첨단기술산업 육성을 말하지만 R&D 투자가 없다는 점도 지역의 보수성을 의미한다. 환발해지구에서는 우한에 주목할 만하다. 5대 도시 중 하나임에도 시장개방의 미흡으로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지만 향후 강력한 에너지를 분출할 가능성이 기대된다.
<패널토의 및 질의응답>
―김준 전무 : 5개년 경제발전 전략을 추진하는 투자 주최는 누구인가. 정부가 투자한다면 이렇게 중복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인가.
▲김주영 부부장 : 기업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소속 기업들로 나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금지원을 맡고 있는 인민은행의 경우 2000년까지 7개 성 단위에 지점을 두었다. 즉 지방수령의 입김이 작용해 대출이 이뤄질 수 있는 구조였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이 폐단을 없애기 위해 인민은행 권역을 광역으로 설정했다.
―윤남철 사장 : 10년 전 홍콩법인을 만들고 이 법인이 100% 투자하는 형태로 선전에 전자업종의 공장을 설립했다. 지금은 부가가치가 낮은 기업을 쫓아내려고 해 걱정이다. 또 우한에 자동차벤처를 추진하고 있다. 마땅한 거점으로 어디가 좋겠는가.
▲김주영 부부장 : 전체 비용을 감안하면 내륙이 싸지만 그 지역은 근로의식이나 관료의식이 시장질서에 맞게 정립돼 있지 않다. 어떤 기업은 단순가공이라는 점을 생각해 상하이지역의 농촌 호구지인 서북쪽 우루무치에 공장을 설립했다. 목적은 거기서 생산된 물량을 전량 국내로 반입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동절기는 화물열차 배정도 받지 못해 6개월 동안 수송하지 못했다. 동부연해지역 중 환발해만지역이나 다롄, 청주, 웨이하이(威海), 창장 등 도시에 인접해 있는 지역이 좋을 듯하다.
―김홍선 시큐어소프트 사장 : 선전의 정보기술(IT)인력 기술은 수준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IT인력의 지속적인 재생산을 뒷받침하는 대학들이 없다.
▲김주영 부부장 : 선전의 가장 뛰어난 장점은 제도적 프로그램이 잘 돼있다는 점이다. 즉 칭화대(淸華大)·베이징대 등이 있는 베지징은 인프라가 좋아보이지만 호구제도 운영의 경직성으로 인해 인력 유입이 어렵다. 이에 비해 선전은 외부 도시로부터 인력을 수급해 육성할 수 있는 인프라가 돼 있다. 선전에 연구소가 많은 이유도 그런 제도가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선전은 개인의 창의력 발휘를 보장해주고 자본주의를 실험하는 모델지역이다.
―김준 전무 : 무엇보다 중국의 경제성장은 긍정적, 부정적인 면이 함께 존재한다. 잘 조절될 것인지, 아니면 언젠가 폭발하는가의 문제도 고려해야 하지 않겠는가.
▲김주영 부부장 :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 시장경제질서를 정비하기 위해 걸림돌로 작용하는 지역이기주의나 가짜상품 등을 정리하자는 내용이 중국 정부의 최고 과제로 설정돼 있다. 광둥성을 중심으로 밀수단속도 강화되고 있으며, 재작년부터 시멘트·석탄·유리업종 등에서 설비가 노후된 기업들을 파산시키고 있다. 이런 구조조정은 10차 5개년계획에도 포함돼 있다. 기간산업이 그 대상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최태원 회장 : 중국 진출 지원에 관한 정부 프로젝트 중에서 활용할 만한 것이 있는가. 수출입은행은 어떤 지원을 하는가.
▲김주영 부부장 : 수출자금과 수입자금 등을 지원하지만 중국에 관해서는 투자정보도 중요하다. 특히 중국의 경우 지역적 편차가 심해 투자환경 분석을 통한 정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박규현 사장 : 중국 최대의 기업간(B2B) 전자상거래 전문 e마켓인 8848이 부도를 냈다. 물건을 팔고는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직원 전체가 모두 사라졌다. 한번 사기를 치려면 확실하게 친다는 느낌인데 중국에 진출하는 적기는 이제 2∼3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주장과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김주영 부부장 : WTO에 가입하고 난 뒤 5년은 과도기다. 결국 그 기간이 우리기업이 준비하고 나가는 기간이 될 것이라 본다. 그렇다고 해서 준비 없이 들어간다면 선점효과의 의미가 없다. 미국 월마트의 경우 96년 선전에 매장을 설립했는데, 다롄이나 최대의 경제특구인 상하이·베이징으로 가지 않았다. 이런 예를 통해 세계적인 기업도 중국시장을 진출하는 데 타당성 조사를 오랫동안 한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우리의 조급성과는 대조적이다. 중국 대외무역부 합작부 조사 결과 중국 진출 기업 중 미국·독일·일본은 그래도 이익을 남기는데 우리기업만 -0.5 %라는 손실을 내고 있다고 한다.
<정리=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