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매전용카드가 전통산업 e비즈니스 확산에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무자료거래의 온상으로 지목돼 온 주류 유통업계에 구매카드가 보급되면서 투명경영의 상징인 전사적자원관리(ERP) 프로그램 도입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대정실업 등 40여개 주류유통 업체들에 최근 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임대서비스(ASP) 보급·확산 사업의 참여업체인 삼성SDS·보나뱅크 컨소시엄으로부터 ASP 형태의 ERP를 도입키로 했다. 중소규모 주류유통업체는 전국적으로 1600여개에 이르지만 업체 대부분이 정보화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여 ERP를 도입하는 것은 이번이 첫사례로 꼽히고 있다.
삼성SDS·보나뱅크가 이번에 보급하게 될 ERP(가칭 코리아주)는 기본기능인 회계·재무 업무에 업종 특성에 맞는 물류관리 기능이 결합된 시스템이다. 삼성SDS 김달현 팀장은 “그동안 업계의 경영관행을 감안할 때 가히 혁명적인 변화”라며 “결국 정보화나 e비즈니스의 출발은 투명경영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후 구매카드가 보급, 확산되면서 매출·세원이 곧바로 노출되고 자연스럽게 거래 투명성이 담보되는 경영환경의 변화 덕분이다.
이에 따라 다른 유통분야에도 구매카드 및 ERP도입의 필요성이 적극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무자료 거래 관행이 워낙 뿌리깊고 정보화 사각지대가 많아 아직은 쉽지 않은 현실이다. 화장품공업협회 관계자는 “국세청이 강제한다면 몰라도 전국 3만여개로 추산되는 화장품가맹점이 자율적으로 도소매 거래에 구매카드를 도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년간 중소 원단 업체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ERP 보급사업에 나섰던 모 업체 대표는 “원자재를 마음대로 늘리거나 줄이는 식으로 무자료매출을 만들어내는 관행이 판치는 상황에서 ERP는 아예 불가능하다”면서 “결국 거래투명성과 정보화는 궤를 같이한다”고 실토했다.<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