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을 소생시키면서 생동감을 불어넣어주는 봄은 예비 신혼부부들에게 결혼시즌을 예고하는 전령이다. 이제 3월 중순. 쌀쌀하던 날씨가 물러가고 봄이 무르익으면서 예비 신혼부부들의 꿈도 영글어간다.
벌써 남쪽 제주에서는 유채꽃이 한창 피어 남국의 정취를 한껏 전하고 있다. 굳이 신문방송이 아니더라도 요즘 가까운 근교 명소 고궁 놀이공원에는 결혼사진을 찍고 있는 예비 신랑신부의 모습이 부쩍 눈에 띈다.
이들의 신혼 첫해는 특히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2002 한·일월드컵이 있어 더욱 잊지못할 봄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위성방송시대가 개막된 마당에 디지털TV·DVD·홈시어터 등의 다양한 혼수가 즐비해 예비 신혼부부들은 혼수품목 선택에 즐거운 고민을 해야 할 판이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가전·유통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결혼하는 신혼부부가 총 45만쌍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올봄 혼수가전시장은 이달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 약 한달동안 총 1조4000억원의 시장을 형성하면서 치열한 유통전쟁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이 한달동안 올해 총 6조원으로 예상되는 가전시장의 25%의 구매가 이뤄지는 것이다. 이 수치는 지난해보다 20% 이상 신장된 수치다.
이에따라 이 시장을 둘러싼 봄 혼수시장 공략을 위한 다채로운 혼수가전 마케팅이 준비되고 있다.
이같은 추세에 발맞춰 가전업체를 비롯해 대형 전자매장과 양판점 등도 봄 결혼시즌 매출을 올리기 위한 신세대 신혼부부 중심의 다각적 판촉행사에 들어갔다.
가전메이커들은 새로운 디자인과 디지털화·대형화를 주제로 한 제품들을 혼수시장에서 중점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실제로 매장답사에 나선 예비부부들의 관심도 신혼부부의 주택 크기과 상관없이 뛰어난 디자인 위주의 대형제품에 쏠리고 있다.
이를 반영해 전자상가·가전품 할인점·양판점에서도 디지털화추세를 반영한 LCD TV·PDP TV·프로젝션TV, 대형 냉장고 등을 상품전시대의 앞자리에 전시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절전형 아날로그 가전 위주였던 혼수가전 시장은 이제 본격적인 디지털가전 시대의 서막을 열어가고 있다. 게다가 성능은 물론 디자인까지 뛰어난 대형가전을 선호하는 추세가 그 어느 때보다도 뚜렷해지고 있어 가전·유통업계의 기대감도 그 어느 혼수시즌보다 크다.
실제로 요즘 전자상가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고객의 관심을 끌지 못하던 디지털TV와 프로젝션TV 등에 대한 신혼부부와 중장년층의 문의가 적지않아 월드컵을 앞둔 디지털TV 구매 열기 확산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신혼부부가 혼수용으로 양문여닫이형 냉장고를 찾는 일은 아주 자연스럽게 여겨지고 있다.
컴퓨터 역시 윈도XP 출시 이후 LCD모니터 확산과 함께 고성능 데스크톱 및 노트북컴퓨터 구매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대형 냉장고와 세탁기 중심의 구매형태가 이뤄지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가전업체들은 올해 혼수시장을 겨냥해 절전기능 강화형 제품에 더해 인테리어와의 연계성을 강조한 냉장고 에어컨을 내놓고 있다. 또 위에서 넣고 꺼내는 기존 세탁기보다는 드럼방식의 첨단 디자인을 강조한 제품을 바탕으로 신제품을 집중적으로 내놓고 있다. 오디오업체들도 혼수시즌을 통해 그동안 위축돼 있던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다양한 판촉활동을 기획하고 있다
이미 대표적 혼수품으로 정착된 PC도 최대한 가격이 낮아져 가격대비 성능이 뛰어난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컴퓨터·MP3P 등을 이용해 인터넷에 익숙해진 신세대 예비부부들이 늘면서 봄 혼수시장은 PC판매업체들에 졸업입학과 함께 연중 최대 판촉기회로 꼽힌다.
이를 반영하듯 인터넷 서핑을 통해 결혼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가 생기는가 하면 양판점이나 할인판매점 외에 다양한 홈쇼핑이 신혼부부의 구매의욕을 부채질하고 있다.
국내유통점과 가전메이커가 신혼특수를 노리면서 다채로운 행사를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산 가전메이커, 특히 일본 중심의 디지털TV홈시어터·디지털TV 등을 중심으로 집중공략하고 있다.
또 브랜드를 내세운 세탁기·냉장고 중심의 시장 공략도 가시화되고 있다.
소니·도시바·내쇼날 파나소닉, GE, 지멘스, 밀레, 필립스 등 다양한 외산 브랜드가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게 시장에 전시되고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쇼핑을 만들어 주고 있다.
하이마트 등 대형양판점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혼수고객 한쌍이 구매하는 전자제품은 평균 200만∼500만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혼수가전은 일괄구매하는 특성이 강한 만큼 대형 할인상가에서는 연중 최대고객맞이 행사를 정성들여 준비하고 있다.
알뜰파 예비 신혼부부에겐 지역별로 하나씩 형성돼 있는 전자상가가 빼놓을 수 없는 구매포인트가 된다. 용산전자상가와 테크노마트 등 전자상가는 많은 제품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여러 독립매장이 몰려있는 관계로 가격경쟁이 심해 경우에 따라서는 아주 싼 가격에 원하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전통적 전자상가인 용산전자단지에는 용산전자랜드와 터미널전자쇼핑, 나진전자월드, 원효상가, 선인상가, 전자타운 등 6대 상가가 들어서 있다. 또 백화점 컨셉트를 표방하며 집객력을 높여가고 있는 서울 광진구의 테크노마트에는 국산가전과 수입가전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또 서초동 국제전자센터도 안락한 쇼핑의 명소다. 입학졸업선물로 가득했던 인터넷 쇼핑몰 역시 웨딩 관련 이벤트가 속속 채워지고 있다.
삼성몰, 한솔CS클럽, i39쇼핑몰 등 인터넷 종합 쇼핑몰들은 졸업 입학 판촉기간이 끝나자마자 준비해온 웨딩 이벤트를 속속 내놓고 본격적인 웨딩 판촉전에 돌입했다.
각종 경기지표가 살아나고 있다고 하는 올 들어 처음 맞이하는 봄 혼수시장. 총 가전 시장의 25%에 달하는 봄 혼수시장의 승자자리를 놓고 가전 유통업계의 물밑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