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RC, 최고 IT개발을 꿈꾼다](1)프롤로그

대학은 시대 정신을 대변한다. 이 시대의 대학은 실천을 담보하지 않는 공허한 이론과 담론에 머무르지 않고 진정으로 시대를 관통하는 이념과 사상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현실과 이론간 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되는 긴장관계에 주목한다. 사실 대학의 진정한 힘은 현실과 이론간 발생하는 간극과 여기서 파생되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데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긴장관계는 흔히 생각하듯 사회과학이나 인문과학 분야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자연과학은 물론 컴퓨터공학·바이오공학·반도체 등 제반 공학 분야에도 이같은 긴장관계는 존재한다.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최근 대학내 IT연구 개발 분야에도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그동안 상아탑에만 안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던 대학내 IT관련 학과나 연구소를 중심으로 산학 협동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대학의 첨단기술에 대한 리더십도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된 밑바탕에는 대학들이 IT분야의 연구센터(ITRC)를 경쟁적으로 설립, 운영하고 정부도 아낌없는 지원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각 대학들이 앞다퉈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대학 부설 IT센터는 대학 IT육성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ITRC는 소프트웨어·디지털·정보보호·통신·부품 등 분야를 총망라해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데 첨병역할을 하고 있다. 산업구조의 변화와 기술개발의 급진전에 발맞춰 대학내 새로운 구심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각 대학 ITRC의 현황을 집중 조명함으로써 우리 대학의 IT분야 경쟁력 수준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 

 대학 ITRC가 IT 개발의 새로운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IT분야가 미래 대학을 이끌어갈 핵심적인 학문 분야라는 인식아래 각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IT분야에 투자하면서 대학이 첨단 IT분야 연구 개발의 중심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대학은 국책연구소나 기업 부설 연구소에 비해 첨단 IT의 수용 속도가 느리고 연구 인력도 크게 부족해 첨단 IT분야를 선도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대학을 중심으로 산학간 협동 연구가 활발해지고 정부의 IT 전문인력 양성 지원정책이 탄력을 받으면서 대학이 IT의 산실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핵심에는 대학 ITRC가 있다.

 그렇다면 각 대학이 설치 운영하고 있는 ITRC가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래 ITRC는 석·박사급 고급인력이 결집되어 있는 대학의 정보통신분야 연구 역량을 강화해 정보통신산업 발전에 필요한 핵심 기반기술을 전략적으로 개발하고 관련 전문인력을 집중 육성하자는 취지에서 설립·운영되고 있다.

 특히 정통부가 대학의 연구 기능을 분야별로 특화해 정책적으로 지원함으로써 ITRC 설립 붐을 한층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학계 전문가들이 신기술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관련 기술을 산업계에 전파해 신제품 개발 또는 신사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또 ITRC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산업 현장의 전문인력 부족현상을 해소하고 대학의 연구센터를 선진국형 산업기술지원센터로 발전시키겠다는 게 정부의 ITRC 육성 정책의 근본적인 취지다.

 현재 정통부의 정책 자금을 지원받는 ITRC는 전국 각 대학에 30개에 달한다. 표참조

 지난해 일부 연구센터가 실적이 부실해 지원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들 ITRC의 연구 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분야별로 보면 소프트웨어 분야(7개), 디지털 분야(4개), 정보보호 분야(4개), 통신 분야(8개), 부품 분야(6개), 기타(1개) 등으로 총 30개 센터가 우수 ITRC로 지정돼 연 평균 4억원 정도의 정책자금을 지원받고 있다. 구체적인 특화 분야는 리눅스, GIS, CAD, 3D애니메이션, 암호기술, 인터넷 네트워킹 기술, 차세대 RFIC, 그리드 미들웨어 기술, 디지털콘텐츠 기술 등이다. 이들 센터는 해당 기술분야에 역점을 두면서 첨단 기술 개발, 전문인력 양성, 산학 연계활동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정통부의 구체적인 지원 내용을 살펴보면 소프트웨어진흥원을 통해 연구센터당 매년 4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으며 수혜 연한은 최대 4년이다. 지원받는 정책자금은 연구참여 대학원생의 인건비, 연구비 및 연구기자재 구입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정통부는 지난 2000년 총100억원 예산을 25개 센터에 지원됐으며 지난해에는 130억원(30개) 그리고 올해에는 30개 센터에 총142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현재 각 대학 ITRC는 대학교수 3인 이상, 석·박사 과정 대학원생 16인 이상이 참여하고 있으며 각 세부분야의 전문연구 교수를 중심으로 그랜드컨소시엄을 구성해 3, 4개의 세부 연구개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ITRC는 센터당 4억원 수준인 정부 지원금에 상응하는 매칭펀드를 조성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매칭펀드는 신청 대학교의 자체 부담금과 협력기업체의 부담금으로 구성되는데 이자금은 산학협동에 주로 활용된다.

 대학 ITRC는 IT 전문인력 양성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 지난 2000년에만 총 25건의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교수 250여명, 석·박사급 1000여명, 산업체 및 연구소 인원 180여명 등 총 1430여명의 인원이 투입됐으며 777명의 석·박사급(석사 610, 박사 167) 고급인력을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구 개발에 직접 참여한 연구원들은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주요 기술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습득하고, 산학연과의 협력활동을 통해 다양한 실무 능력을 배양함으로써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보유한 전문 고급 인력으로 양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ITRC는 산학 협동 프로젝트를 통해 관련 기술을 해당 업체에 전수, 신기술 전파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IT 신기술의 산파역이자 전파자인 대학 ITRC에는 오늘도 산학연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기술 개발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그들의 땀방울에 우리 IT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