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상승세의 전주곡인가.’
지난해 사상 최악의 역성장을 겪어야 했던 반도체업계는 작년 11월초부터 시작된 현물가 회복세와 고정거래가 인상으로 공장가동률과 수익성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본격적인 상승세를 예고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지난해 중반 2개월이 넘던 D램 재고를 점차 줄여나가 최근엔 2, 3주까지 줄였다. D램의 최대 성수기인 지난 성탄절 이후에도 수요가 계속 늘어나 PC당 D램 탑재량이 2배로 늘어났다는게 업계의 전언이다.
세계 최대의 D램업체인 삼성전자는 수요에 대한 공급 가능성을 나타내는 ‘수요충족률’이 80%로 낮아져 PC메이커 등 대형 거래처 위주로 물량을 우선 공급하고 있다. 하이닉스도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고정거래처에 대한 공급 비중보다 현물시장에 내다파는 비중이 더 높았으나 올들어서는 고정거래처 공급비중이 급격히 높아져 현물시장에 내놓을 물건이 거의 없을 정도다. 이 때문에 하이닉스는 계약을 통한 고정거래 비중이 작년 3분기의 경우 49%에 그쳤으나 작년 4분기에는 56%로 높아졌고 올들어 1∼2월에는 83%로 급격히 상승했다.
가동률 회복은 주문 생산을 담당하는 아남반도체·동부전자 등 수탁생산(파운드리) 전문업체들에서 가장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 7월 가동률이 30%까지 떨어졌지만 8월부터 지속적인 상승세로 최근에는 가동률이 80% 이상까지 오른 것으로 밝혔다. 이같은 추세면 2분기 중반 이후에는 주문량이 공급량을 선회, 생산능력이 부족해 더이상 주문을 받지 못하는 현상도 벌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같은 상황은 디스플레이업계도 마찬가지다. 특히 세계적인 쇼티지 현상을 보이고 있는 TFT LCD의 경우 15인치 이상의 대면적 제품이 노트북PC 위주에서 데스크톱PC로 수요가 확산되면서 수요증가→공급부족→가격인상의 연쇄반응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LG필립스LCD·하이디스 등은 업계는 생산라인을 거의 풀가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월드컵 특수가 예상되고 있는 PDP패널업계도 빠르게 호전되고 있다. 월드컵을 두달여 앞두고 PDP TV 수요가 전세계적으로 늘어나면서 관련 패널 수요가 동반 상승기 시작한 탓이다. 이에 따라 삼성SDI·LG전자 등 PDP패널업계는 생산라인 증설 계획을 앞당기는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서 시작된 경기회복세는 일반부품 쪽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이미 휴대폰 시장 호조에 힘입어 빌드업기판·리튬2차전지 등 관련 부품업계의 가동률이 완전가동률을 향해 치닫고 있다. 특히 PCB업계는 메모리모듈·휴대폰·TFT LCD 등 3대 시장 회복세에 힘입어 공장가동률·매출·영업이익 등이 모두 탄력을 받은 상태다. 부품업계는 “아직도 실질 체감경기는 차가운 상태지만 주변 환경이 예상보다 빨리 호전되고 있어 부품업계 경기가 2분기부터는 더 살아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