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안 업계에 ‘알짜배기’ 인수합병(M&A)이 늘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정보보호 전문업체 지정을 앞두고 급속히 확대됐던 보안업계의 M&A가 최근 특정 사업부나 인력, 기술 등을 비교적 저렴한 금액으로 인수해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등 ‘실속’ 위주로 전개되고 있다. 또 지난 2000년 외부투자를 받았던 중소 보안업체들이 올들어 유동성 악화로 인해 오는 6월경에 대거 정리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보안업계의 M&A가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특정 사업부를 인수해 관련 사업에 진출하거나 강화한 사례는 지난해 퓨쳐시스템이 사이버패트롤의 컨설팅 부문을 양수해 컨설팅 사업 전담팀을 구성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는 사이버패트롤이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구조조정 차원에서 진행한 것으로, 가상사설망(VPN) 등 솔루션 위주의 사업에 치중했던 퓨쳐시스템이 전문인력을 확보하게됨에 따라 컨설팅 사업에 손쉽게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11월 보안관제서비스 전문업체인 넷시큐어테크놀러지가 보안컨설팅 전문업체인 단암데이터를 인수한 것도 유사한 경우다. 넷시큐어테크놀러지는 단망데이터 인수 이후 관제서비스 확대와 솔루션, 컨설팅 등 종합보안업체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6월 소프트웨어 유통업체인 소프트랜드가 넷시큐어테크놀러지를 인수, 유통과 보안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를 노린 인수합병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대주주의 관련 보안사업 통합도 ‘실속파’에 속한다. 지난달 안철수연구소가 자회사인 코코넛과 한시큐어를 통합키로 결정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안철수연구소는 지난해초 종합보안업체로의 변신을 발표한 후 1년여 동안 아델리눅스·IA시큐리티·자무스·코코넛·한시큐어·인포섹·테크에이스솔루션·한국정보보호교육센터 등 8개 보안 관련 업체를 인수하거나 지분 출자를 단행했다. 특히 지난해말 한시큐어를 인수하면서 업계로부터 기존 지분 출자사인 코코넛에 이은 중복투자라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코코넛이 한시큐어를 흡수합병하면서 국내 최대 보안서비스업체로 탈바꿈하는 ‘실리’를 챙긴 셈이다.
이달 들어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인젠의 사이버패트롤 인수 추진도 ‘대주주의 보안사업 통합’ 사례의 하나다. 인젠은 컨설팅 사업부문을 퓨쳐시스템에 넘기고 관제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버패트롤을 인수해 보안관제서비스 자회사인 카포넷과 통합, 대형 관제서비스 업체로 확장시킨다는 ‘인수후 통합’ 시나리오를 구상중이다. 이를 통해 내년에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보안관제 시장에 승부수를 던진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자체적으로 사업을 운영하지는 않지만 사업전망이 우수한 벤처 보안업체에 지분을 출자하는 것도 ‘알짜배기’ 투자의 한 경향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현재 보안 자회사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안철수연구소를 비롯해 싸이버텍홀딩스는 이글루시큐리티·트러스컴·정보보호기술 등에 지분을 출자했으며 퓨쳐시스템은 에스큐브·에이쓰리시큐리티컨설팅 등에, 정보공학은 소만사 등에 투자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