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텔과 대만 비아가 ‘펜티엄4’용 칩세트 특허권을 놓고 법적 소송을 벌이는 가운데 인텔이 다음달 그래픽 가속기능을 통합한 펜티엄4용 칩세트 ‘i845G’를 내놓기로 하면서 PC용 칩세트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인텔은 마이크로프로세서(CPU) 시장의 지배력을 바탕으로 주력 메모리를 램버스 D램에서 DDR SD램으로 바꾸고 그래픽 통합칩세트까지 내놓아 칩세트 전문업체들을 따돌리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비아·SiS·엔비디아는 칩세트의 표준규격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제품을 먼저 선보여 인텔의 시장전략에 맞대응할 방침이어서 파란이 예상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양측의 이같은 과열경쟁에 대해 소비자의 혼란을 부추키는 한편 칩세트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보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인텔의 시장지배력 강화=인텔은 엔비디아·ATI가 독주하고 있는 그래픽 칩세트 시장을 겨냥해 다음달 말 그래픽 지원기능을 통합한 펜티엄4용 DDR SD램 지원 칩세트 ‘i845G’를 내놓는다. 인텔은 이를 통해 게임기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전문업체들의 기세를 꺾어놓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앞서 인텔은 지난해 9월 비아·SiS가 선점하고 있는 SD램 지원 펜티엄4용 칩세트 시장에 ‘i845’를 발표함과 동시에 비아를 특허 침해 혐의로 제소했다. 물론 비아도 곧바로 인텔을 상대로 맞고소했다.
인텔은 또 올들어 DDR SD램을 지원하는 ‘i845D’를 내놓았고 최근 IA-32용 서버 전용 CPU ‘제온’을 내놓으면서 전용 칩세트 ‘E7500’을 내놓았다. 이처럼 인텔은 CPU 시장에서의 지배력과 기술력을 근간으로 메모리 수급정책까지 쥐락펴락하면서 올해 펜티엄4용 칩세트 시장의 40∼60%까지 차지한다는 계획이다.
◇전문업체들의 반격=전문업체들의 대응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대만의 칩세트 업체 SiS는 최근 시스템버스(FSB) 속도 400㎒로 인텔 ‘펜티엄4’ 프로세서를 지원하는 ‘SiS648’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333/266㎒ 속도의 DDR SD램과 연동되고 533㎒ 속도로 오버클로킹도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DDR SD램 지원 칩세트 ‘P4X266A’ ‘P4M333’ 등을 먼저 내놓은 비아 역시, 인텔과의 특허소송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차기 로드맵을 통해 지속적으로 ‘펜티엄4’용 칩세트를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비아는 인텔의 ‘i845G’에 맞서 그래픽 통합 칩세트(코드명 조에트로페)를 개발, 하반기에 내놓고 자사 칩세트를 탑재한 주기판의 정품 유통을 확대하기로 했다.
◇공급부족과 시장혼란 우려=이처럼 인텔과 칩세트 전문업체들이 다양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지만 현재 시장에서는 DDR SD램을 지원하는 ‘펜티엄4’용 칩세트가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다.
골드만삭스증권의 조너선 로스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는 “시장에서는 DDR SD램을 원하고 있으나 칩세트 부족으로 상대적으로 공급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DDR SD램의 비중은 전체 D램 시장의 20% 정도지만 오는 3분기에는 60∼70%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칩세트 수급차질을 우려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CPU와 메모리를 연동시켜 PC나 서버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작동시키는 데는 칩세트가 필수적인 만큼 CPU·메모리·칩세트 업체들이 대립과 견제보다는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상호 협력 방안을 적극 타진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