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내가 과학기술인이지만 자녀가 이공계 진학을 원한다면 만류하겠다.’
최근 청소년들의 이공계 기피와 과학기술인의 사기 저하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 우리나라 과학기술인들의 낮은 직업만족도를 말해주는 여론조사 및 보고서가 잇따라 나왔다.
과학기술인의 커뮤니티 사이트인 ‘한국과학기술인연합(http://www.scieng.net)’이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7일간 회원 669명을 대상으로 ‘자녀에게 이공계 진학을 권유하겠는가’라는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권유한다’는 응답은 불과 5%에 그친 반면 ‘만류하겠다’는 응답은 무려 30%에 달해 과학기술인의 직업적인 회의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 유학을 마친 뒤 현지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설문에는 95%가 ‘곧장 귀국하지 않고 해외에서 일자리를 구하겠다’고 응답했으며 이 가운데 32%인 214명은 ‘해외에 정착하겠다’고 답했다. 또 ‘자신이 투자한 노력에 비해 합당한 처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82%(546명)가 ‘노력에 비해 부족하다’고 응답했고 ‘가장 개선되길 바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44%(296명)가 ‘연봉 수준’, 35%(234명)가 ‘직업 안정성’을 각각 꼽았다.
정부 출연기관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원장 강광남)이 내놓은 ‘과학기술자의 연구환경과 직무 만족에 대한 설문조사 분석’ 보고서에서도 과학기술인들의 불만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 출연연에 근무하는 응답자 109명 가운데 49.5%인 54명이 ‘이직을 고려한다’고 답했으며 이 가운데 14%가 이직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고 36.1%인 39명이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반해 같은 설문에 대해 대학의 경우 응답자 125명 가운데 16%, 기업 부설연구소의 경우 연구원 139명 가운데 42%가 각각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해 정부 출연연 연구자들의 직업만족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을 옮기려는 첫번째 이유에 대해 정부 출연연 근무 연구원의 50%가 ‘직장 안정성’을 꼽아 일선 연구원이 피부로 느끼는 직무 불안정이 이직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학 부설연구소의 연구원은 ‘연구비와 장비의 부족’(30%), 기업 부설연구소의 연구원은 ‘낮은 보수’와 ‘직장 안정성’(각각 24%)을 꼽았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