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형 <인터파크 대표 leekhy@interpark.com>
옛날 이야기다. 긴 강을 따라 도시국가가 하나 세워졌다. 홍수와 가뭄이 문제였으나 둑을 만들어 강물을 조절한다는 쪽으로 발상이 전환됐다. 새로운 발상에 공감하는 사람들부터 차례차례 터를 다지고 벽돌을 만들고, 벽돌을 쌓기 위한 기중기를 만들었다. 오랜 공동작업 끝에 둑은 완성됐다. 물을 조절할 수 있게 된 사람들은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농산물을 교환하기 위한 장터도 열었다. 때로는 둑 주변에서 문화공연을 함께 즐기기도 했다. 또 둑 쌓는 기술을 다른 나라에 전수하면서 도시국가는 날로 발전했다.
그러나 평화도 잠깐, 강둑 주변에 대문을 설치하고 통행세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한 사람이 나타났다. 가장 큰 명분은 수질관리와 건전한 시장 분위기 조성.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한 그는 즉시 실행에 옮겼고 스스로 완장을 차고 감시에 들어갔다.
최근 온라인 우표제가 정보기술(IT)업계의 화두다.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서비스에 대한 혜택을 보고 있다면 그에 따르는 적정한 비용을 수혜자가 나눠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또한 시장 원칙에 따라 합리적인 수준에서 투명하게 가격이 결정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수혜자가 불명확하거나 다수일 경우 비용 분배나 서비스에 대한 적정가격 산출은 늘 미묘한 문제여서 수요자와 공급자간 조율이 매우 중요하다.
국내 IT환경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국내 대표 인터넷 쇼핑몰 업체들조차 지난 4∼5년 동안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인 끝에 이제 막 알토란 같은 성과를 거둬들이고 있다.
하물며 이제 막 청운의 꿈을 안고 사업을 시작하려는 중소형 쇼핑몰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가야 할 길이 더욱 멀다. 아직까지 국내 IT시장에는 혼자 배부른 공룡보다는 가파른 고지까지 서로 격려하고 견제하며 함께 뛸 다수의 플레이어가 필요하다.
뒷 이야기. 그러자 상인들의 발길이 뜸해져 필요한 물건을 팔러 오는 사람도 없고,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전해주는 사람도 찾아오지 않자 사람들은 도시국가를 떠나기 시작했다. 사람이 떠난 도시국가에는 더이상 농사 짓는 사람도, 더이상 함께 즐길 문화공연도 열리지 않았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옛 성현의 말씀대로 상도(商道)의 기본은 부의 일방적 통행이 아닌 소통, 즉 ‘윈윈’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