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실적에 비해 주가 상승폭이 과도했다는 인식과 비수기인 2분기를 앞두고 반도체주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14일 4000원 하락한 34만4000원에 장을 마치는 등 최근 6영업일 가운데 5일간 주가가 하락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이날 70원 상승한 1690원에 마감됐지만 최근 분위기는 역시 약세 국면이다.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주의 약세는 낙관론 일색이던 반도체 현물시장에 대한 회의적 반응에서 비롯됐다. 이미 국내외 증권사 가운데 일부(메리츠증권·골드만삭스)는 이번주초부터 2분기이후 반도체 현물시장의 급성장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경고성 메시지를 띄웠다. 또 이런 경고가 늘어나면서 반도체주들이 성장성에 비해 너무 많은 주가 프리미엄을 얻고 있으며 현재 주가도 펀더멘털에 비해 고공비행중이라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반도체 현물가격도 이날 128MD램이 평균 3.96달러선에 거래, 4달러선이 무너지는 등 최근의 약세를 이어갔다.
전날(현지시각 13일) 미국 증시에서는 반도체와 관련한 악재들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미국의 간판 16개 반도체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전 종목이 일제히 하락하며 3.96%나 급락했다. 최근 3일간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8.8%나 하락한 상태다.
이날 JP모건은 인텔과 AMD의 4∼6월 분기와 올해 전체 이익 및 매출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인텔은 5.0%(1.65달러) 하락했고 AMD는 9.2%(1.45달러) 급락했다. JP모건은 인텔의 4∼6월 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할 것이며 4월과 5월에 가격 인하가 단행돼 펜티엄4 가격도 50% 정도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장비주는 이날 주가 고평가를 이유로 단행된 모건스탠리와 리먼브러더스의 투자의견 하향 조치로 하락했다. 모건스탠리와 리먼브러더스는 나란히 반도체장비 산업에 대해서 낙관론을 유지하지만 반도체장비주들이 지난해 10월초의 바닥에 비해 거의 두배 이상 급등, 경기사이클이 회복 초반인 데 주가는 경기사이클의 최고점과 비슷한 수준에 올라있다며 실적 대비 주가 상승이 너무 앞섰다고 지적했다.
국내 반도체장비·재료주들은 이날 아토와 테스텍·원익·테크노세미켐 등 하락 종목수가 많았지만 주성엔지니어링과 오성엘에스티가 상승하는 등 미국의 충격에 비해 큰 파장은 없었다.
최근 반도체주에 대한 부정적 시각 확산에도 중장기 관점의 낙관적 견해는 대부분 유지되고 있다. 반도체 경기회복에 비해 주가 상승폭이 컸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중장기 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는 판단이다.
우동제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물시세보다는 고정거래가격에 관심이 필요하며 2분기 가격 약세에 대한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며 “당초 예상대로 하반기 가격 강세를 전망하며 반도체주에 대한 주가 조정이 나타날 경우 매수의 기회로 활용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임홍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도 “2분기 D램 가격 약세는 이미 예견했던 일이며 이보다 어느 정도에서 하락을 저지하느냐와 공급과잉이 어느 정도 심각할 것인가가 관심”이라며 “생산업체의 재고수준이 낮고 유통재고도 우려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는 점에서 하반기부터 D램의 수급상황은 다시 호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