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프로그램 공급 SO-PP 개별계약 난항

 올해 처음으로 시행되는 케이블TV방송국(SO)과 프로그램공급업자(PP)간 케이블TV 프로그램 공급계약이 난항을 겪고 있다.

 SO와 PP간 개별계약으로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 공급계약률은 SO와 PP간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15일 마감을 앞두고 평균 30%선에 그치고 있다.

 특히 공급단가와 관련, SO와 PP가 줄다리기하면서 여러가지 잡음이 일고 있는 데 채널확보를 위한 PP의 덤핑공급, 경쟁 PP에 대한 송출중단압력, 기존PP와 신규PP의 차별 대우 등 다양한 양상이 전개되면서 양측의 협상이 갈수록 꼬이고 있다.

 SO협의회는 이달 초 정기총회를 통해 개별계약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SO·PP 프로그램 공급계약 기준을 제시한 바 있지만 시장의 논리에 밀려 실제 공급 계약에서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SO·PP간, 각 SO간, 각 PP간 과당경쟁과 불공정 거래행위가 업계 자율적으로 해결되지 못할 경우 케이블TV시장의 질서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조차 나오고 있다.

 ◇협상이 지지부진한 이유=크게 두가지로 우선 공급단가에 대한 문제다. SO가 PP에 지급하는 공급단가 결정은 SO의 가입자수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한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총 케이블TV 가입가구수는 770여만 가구로 이가운데 1만5000원 이상의 기본형 가입가구수는 90여만가구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정확한 수치 산정이 불가능한 1만5000원 이하의 보급형 가입자수가 공급단가 결정에 암초로 작용하고 있다. 각 SO는 이 보급형 가입자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PP에 지급하는 공급단가를 줄이고 있다. 하지만 PP들도 채널확보가 급선무여서 SO의 가격제안을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최대한 협상을 늦추고 있다.

 또다른 하나는 채널 확보를 위한 PP간 갈등이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PP에 비해 SO의 채널수가 턱없이 부족하면서 PP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여유채널 부족이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자 각 PP들은 전국 SO의 채널 확보를 위해 덤핑공급, 경쟁 PP의 송출중단압력 등 제살깎아먹기식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어 협상테이블을 어렵게 끌고 있다. 몇몇 대기업 계열의 PP들은 투자중인 SO를 통해 경쟁 PP에 대한 송출중단과 불리한 채널 번호를 부여하는 행태마저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홈쇼핑 등 자본력을 갖춘 PP와 MBC 등 지상파방송사의 PP·MPP 등이 채널 확보와 관련,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있으며 중소PP나 신규PP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망=결국 협상은 PP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월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SO의 의도대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로인해 대기업들의 PP보다는 신규PP와 중소PP들의 어려움이 한층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따라 이번 개별계약은 많은 후유증을 낳은 채 오히려 PP시장의 지각변동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