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PL분쟁해결기구 설립 배경

 산자부와 재계는 업종별 PL분쟁해결기구(PL상담센터)가 오는 7월이면 산업계 전체에 불어닥칠 ‘PL분쟁’이라는 태풍을 막아줄 방파제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지난 2월초 일본의 재판외 분쟁해결기구(PL센터) 설립 및 운영실태를 조사한 결과 업종별 PL센터가 PL문제 상담 및 분쟁해결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다.

 ◇배경 및 목적=분쟁해결기구 설립이 추진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 산자부가 PL대책 마련에 본격 나서면서부터다. 산자부와 재계는 기구설립에 필요한 모범답안을 찾기 위해 관련단체와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가전제품PL센터 등 7개 기관을 방문, PL센터 설치 및 운영실태를 조사했다. 이를 바탕으로 산자부와 재계는 우리 실정에 맞는 업종별 재판외 분쟁해결기구를 설립해 PL법 시행으로 야기될 수 있는 제조업체와 소비자간의 분쟁을 해결하기로 뜻을 모았다.

 무엇보다도 PL분쟁을 재판없이 신속하게 해결하고 중립성·공정성이 확보되는 체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산자부는 분쟁해결기구 설립의 기초가 될 조직 및 운영모델을 마련했다.

 제조물책임 관련사고에 대해 당사자인 소비자와 제조업자가 재판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경우 양측 모두 시간적·경제적 부담이 클 뿐 아니라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산자부 관계자는 “우리보다 한발 앞서 지난 95년부터 업종별 단체에서 자율적으로 PL센터를 설립한 일본의 경우(현재 11개 PL센터 운영중) 대부분 상담·알선 과정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함으로써 소비자와 기업 모두 높은 만족도를 나타내고 있다”며 PL상담센터 설립의 효용성을 강조했다.

 ◇조직 및 운영=산자부는 정부의 예산지원이나 통제없이 업종별 단체에서 자율적으로 PL상담센터를 설립·운영하도록 방향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업종별 단체는 분쟁처리를 위한 독립적인 기관의 신설 또는 기존 기관내에 상담·알선 등을 전담하는 기구를 확충하는 형태로 분쟁해결기구의 조직을 갖춰야 한다. 단 제품에 따라 사고발생 빈도·피해정도 등 여건이 다양하므로 업종별 단체 실정을 감안해 조직규모를 정하도록 산자부는 권고했다.

 특히 제조물책임 분쟁을 상담·알선하는 기능을 제조업자 및 피해자 등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업종별로 ‘PL상담센터’라는 통일된 명칭을 사용하고 업종명 뒤에 PL상담센터를 표기토록 했다.

 기구로는 불만처리경험자·제품기술전문가 등이 상주해 PL문제 상담 및 알선업무를 담당하는 사무국(상임)과 법률전문가·기술전문가·소비자문제 경력자 등으로 구성돼 관리·감독 및 PL분쟁을 조정하는 운영위원회 또는 분쟁조정위원회(비상임)를 두기로 했다.

 PL상담센터의 분쟁해결 절차는 상담-알선-조정의 순으로 진행된다. 우선 사무국에서 관련 전문가가 상담에 임하며 필요에 따라 해당 제조업자와 피해자 상호간의 해결을 주선한다. 이어 분쟁해결의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사무국 직원 및 외부전문가 등이 개입해 양 당사자의 의견을 듣고 조언과 권유를 통해 합의를 유도한다. 상담 및 알선단계에서도 해결되지 않을 경우 운영위원회 위원 중 3명 이상으로 조정위원회를 구성해 조정에 나선다.

 ◇전망=업종별 분쟁해결기구 설립이 PL법 시행에 따른 제조업체와 소비자간 분쟁을 공정하면서도 신속하게 해결하는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여부는 좀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일러도 7월 법시행이후 한달쯤 지나야 어느 정도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PL분쟁시 소비자와 기업 모두 재판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어 PL상담센터를 찾는 소비자와 기업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분쟁처리절차는 물론 분쟁처리과정에서 제출된 증거 등에 대해서도 비공개를 원칙으로 정함에 따라 기업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기업들도 PL분쟁해결기구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업종별 PL상담센터가 명실상부한 PL분쟁해결기관으로 자리매김하려면 분쟁해결을 의뢰한 소비자와 제조업체 양 당사자로부터 신뢰감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위해 원인규명기관과의 협조체제를 강화하는 등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