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생명정보 DB화 급하다

 우리의 생명정보 DB화가 시급하다. 지금 세계 각국은 생명공학 분야에 국운을 걸고 이 분야에 대한 연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유전자원이 차세대 수익산업으로 상업적 가치가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미 생명공학은 세계 기술패권시대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등장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도 정부와 바이오업체들이 나름대로 생명정보에 대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생명정보 DB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연구결과 축적이나 기업간 기술공유에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더욱이 DB화 부재로 생명정보에 대한 중복연구의 폐해가 심각하다니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기술경쟁은 인력과 연구개발비 못지않게 연구자료의 축적과 공유가 중요하다. 이것은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지금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생명공학 분야에 대한 연구여건이 외국에 비해 열악해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 생명공학 연구개발 투자비는 미국의 1% 수준이고 일본의 5%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부는 올해도 생명공학 분야에 지난해보다 19% 가량 늘어난 총 4500억원을 투입해 인간유전자체 연구사업과 신약개발 지원사업 등 각종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이런 사업이 데이터 축적이나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우선 기업들이 연구결과를 제 각각 축적하는 바람에 자료의 공유와 활용이 어렵다. 소비자들도 표준화된 자료가 없어 다른 포맷의 데이터를 사용해야 한다. 주 원인은 바이오기업들이 그동안 축적된 식물과 동물·미생물의 유전정보를 조직적으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업간 중복실험으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사례가 적지 않고 해외에 자료를 판매하는 데도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이에 비해 외국의 바이오벤처기업들은 우리와 대조적이다. 이들은 생명정보 관련 데이터를 착실히 축적하고 표준화해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등 세계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이웃 일본은 최근 일본 문부과학성 과학기술정책연구소가 주축이 돼 세포간 신호전달과 발생의 메커니즘에 관한 DB 정비를 위한 보고서를 만들고 데이터 표시방식과 검색조건, 입력 방식 표준화와 DB 통합에 나섰다고 한다.

 정부와 기업들은 지금부터 생명정보 DB화을 위한 구체적 전략과 방안을 마련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리고 이른 시일안에 생명정보 DB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우선은 지난해 10월 설립된 국가유전체정보센터를 중심으로 국내에 흩어진 생명정보학 데이터들을 모으고 포맷을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출발이 늦은 만큼 더 빨리 연구를 진행하고 역량을 이곳에 집중해야 한다. 생명공학도 다른 분야처럼 기술이 없으면 기술종속국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우리가 생명정보의 후발국의 위치에 서 있지만 그간의 연구결과를 DB화해 이를 공유하면서 정부와 기업·학계가 연구에 박차를 가하면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단시일 안에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생명정보 DB화에 정부와 기업간 협력과 분발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