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인터넷 등 정보기술(IT) 및 벤처 바람속에서 적지않은 소외감을 느껴왔던 부품업계가 기존 단체를 확대 개편하거나 새로운 단체 설립을 모색하고 나서는 등 서서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로 혹독한 시련을 겪은 부품업계는 올들어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인쇄회로기판(PCB)으로 이어지는 경기진작으로 산업 분위기가 반전되자 품목별로 다시 힘을 결집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 등 후발국의 맹추격으로 더욱 치열해지는 시장 경쟁구도속에서 국제 경쟁력을 제고하고 단절된 국내외 정보교류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는 강력한 업계의 창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PCB업계 대표단체인 한국PCB협의회는 임의단체란 정체성으로 세계PCB협회 등 주요 국제회의 참가에 제한이 많다고 보고, 올해 안에 한국전자산업진흥회에서 분가해 가칭 ‘한국PCB협회(KPCA)’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업계는 향후 KPCA를 세계PCB협회의 회원국으로 등록시켜 국내 기업들의 입장을 적극 반영하는 한편, 독립된 PCB전시회 개최도 추진하기로 했다.
디스플레이업체들도 연구개발(R&D) 중심의 ‘한국디스프레이연구조합’을 협회로 격상해 운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한 관계자는 “조합 형태로는 업계의 애로사항과 공동의 이익을 대변할 수 없는 실정”이라면서 지난해 중도 포기한 협회 설립방안을 재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업계는 연구조합 회원사가 80여개사에 달하고 세계적으로 디스플레이 분야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지고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사업자단체 설립이 절실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커넥터·증폭기·안테나·필터 등 33개 고주파(RF)부품업체들도 업계 공동의 협력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RF부품산업협의회’를 발족하기로 하고 29일 한국전파진흥협회에서 창립총회를 갖기로 했다.
2년 가까이 활동해오던 연구조합이 지난해 7월 해체돼 구심점을 잃은 RF부품업체들은 이를 계기로 한국 RF부품산업이 재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앞서 50여개 커넥터업체들이 가입한 ‘한국커넥터기술산업협회’가 지난해 말 설립돼 출범했으며 각 부품업계의 대표창구인 연구조합도 협의회 또는 협회의 설립을 구체화하고 있어 부품업계의 협회 설립이 조만간 크게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중소 부품업체들이 국내 전자·정보통신산업의 큰 버팀목 역할을 해왔음에도 불구, 벤처열풍에 밀려 산업계에서 소외를 받아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업계 스스로 내부 역량을 결집해 자생력을 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부품업계의 단체설립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