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일반화되면서 소비자들은 더 똑똑하게 변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비슷한 관심사를 지닌 사람들끼리 쉽게 모여 정보를 공유하게 되면서 소비자들은 더 현명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은 똑똑해진 소비자에 대응하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으로 정보기술(IT) 마케팅을 선호하고 있다.
한국정보문화센터가 매달 발행하는 정보화종합교양지 ‘아름다운 e세상(3월호)’에 기업들이 IT를 이용해 벌이는 마케팅 노력의 하나인 고객관계관리(CRM)를 다룬 글이 있어 소개한다.
최근 해외 CRM 전문업체들이 속속 국내에 진출하고 자체 솔루션을 보유한 국내 업체도 적지 않게 등장하는 등 CRM이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온라인 환경이 일반화되면서 무차별적인 마케팅보다는 돈이 될 만한 고객에게 집중해 효율을 높이겠다는 기업의 의지가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이러한 CRM이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CRM을 단순한 솔루션만의 문제로 인식하는 데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
내가 CRM의 대상이 되는 고객이라고 가정해보자. 예를 들어 30대 후반이고 기혼이며 서울 변두리에 사는 내가 예상과는 달리 젊은 취향이고 매우 고급스러운 주택에서 산다고 하자. 그런데 트로트 노래 앨범을 권하고 싸구려 가구 같은 것을 추천하는 정보가 e메일, 상품정보지 등을 통해 온다면 어떨까.
아마도 매일 쏟아지는 스팸메일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다. 즉 나에게 맞춰진 정보가 아니라면 결국 마케팅 효과가 없다는 뜻이다.
이것은 단순히 가정한 것이지만 우리 모두가 흔히 겪고 있을 정도로 일반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아직 국내 기업들이 DB로 활용하고 있는 정보는 나이·성별·연령·거주지 정도만이 정리돼 있는 단순 리스트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마케팅 기법의 기반이 과거 인구통계학적 요소에서 최근들어서는 다변화되는 소비자의 욕구를 따라잡기 위해 심리사회적 요소로, 더 나아가서는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첨단 기술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기준으로 소비자를 분류하는 기술사적 요소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CRM의 근간을 이루는 고객DB는 아직 인구통계학 차원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보면 세분화가 제품을 ‘살 만한’ 사람을 규명해 시행착오의 가능성을 낮추고 재구매율을 높여서 지속적인 판매를 기도하는 것이라면 실제로 우리 제품을 구매한 사람을 정확히 알아내서 다시 구매하게끔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로 DB마케팅이다.
구매자의 인적 정보를 정리하고 다시 마케팅 자극을 주는 것, 이러한 양방향성을 고객·제품·브랜드간의 관계로 맺어가는 것이 CRM이 되는 것이다.
기업이 이러한 CRM의 본원적 의미를 좀더 정확하게 인식한다면 CRM은 기존 온라인 인프라와 결합돼 커다란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앞으로 CRM 도입에 있어서는 IT인프라를 이용한 기술적인 접근뿐 아니라 고객 가치의 극대화를 위한 정교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CRM은 고객과의 장기적인 이익관계를 형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브랜다임의 황부영 사장 max@brandig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