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은 최근 발표한 커뮤니케이션용 프로세서 아키텍처 ‘엑스스케일’을 기반으로 디지털신호처리기(DSP)·플래시메모리와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 방식의 3세대(3G) 베이스밴드를 하나로 통합한 시스템온칩(SoC)을 하반기에 선보이기로 하는 등 이동통신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론 스미스 인텔 무선통신컴퓨팅그룹 부사장은 최근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통신과 컴퓨팅이 융합되는 3G 이동통신시장에서는 대용량 데이터 처리를 기반으로 한 무선통신 및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범용 프로세서가 필수적”이라면서 “2.5G와 3G 무선통신의 상용화에 발맞춰 음성통화는 물론 PC 수준의 인터넷 이용이 동시에 이뤄지는 솔루션들을 곧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무선통신시장에서 인텔의 전략을 살펴본다.
―3세대 이동통신시장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텔은 CPU 기술을 기반으로 플래시메모리·베이스밴드 칩세트 등 3세대 무선통신에 필요한 기반 기술들을 고루 갖췄다. 이미 유럽형이동전화(GSM) 방식의 2세대 베이스밴드 칩세트를 삼성전자 등 각국의 이동전화단말기업체에 공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PC 위주의 컴퓨팅 환경이 무선통신과 융합되는 ‘확장형(익스텐디드) PC’ 환경이 급속히 확산됨에 따라 전세계 정보기술(IT)업체들은 이에 대응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인텔은 이를 앞서 주도하고 있고 기술력에서도 단연 앞섰다.
―‘스트롱암’의 후속으로 ‘엑스스케일’ 기반의 개인휴대단말기(PDA)용 칩들을 내놓았다. 앞으로의 계획은.
▲‘스트롱암’은 컴팩 아이팩, 휴렛패커드(HP) 조나다, 리전드 등 포켓PC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일본 도코모의 FOMA폰에 적용되기도 했다. 새롭게 내놓은 프로세서는 ‘스트롱암’에 비해 전력소모를 줄이면서도 2배 이상의 성능을 낼 수 있다. 그만큼 다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여기에 앞으로 2.5세대 및 3세대 통신표준을 지원하는 후속제품을 내놓을 예정인 만큼 새로운 정보기기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LG전자·사이버뱅크 등에 이를 공급, 현재 제품개발이 활발히 진행중이다. 더욱이 한국은 월드컵 경기에 맞춰 통신서비스업체들이 3세대 시범서비스를 준비하는 등 기술력에서 앞선 만큼 남보다 빨리 무선컴퓨팅 환경으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텔에도 큰 기회가 될 것이다.
―모토로라 ‘드래곤볼’이나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OMAP’ 등 무선통신시장의 경쟁자들이 만만치 않은데.
▲인텔은 세계 정상의 반도체회사인 만큼 생산능력과 기술 면에서 리더십이 있다. 또 무선통신에 필수적인 핵심기술들을 고루 갖췄다. 이러한 공정기술 우위를 통해 하나의 칩 안에 기술을 집적시키면 가공할 만한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텔의 경쟁력은 전세계 100여개 이상의 기업들이 인텔의 솔루션을 사용하는 것에 있다. 또한 무선솔루션 분야의 커뮤니티인 ‘인텔 PCA 개발자 네트워크’에는 에이서·리전드 등 6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 업계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올해 무선통신시장 전망은 어떤가.
▲지난해에는 기술업종, 특히 통신분야에 있어 상당히 어려운 해였다. 손실도 컸고 감원사태도 많이 발생했다. 하지만 현재 무선통신시장은 음성과 데이터의 융합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스템과 인프라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이는 새로운 수요로 이어질 것이다.
특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이러한 변화에 있어 중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중국은 이미 이동전화가입자수가 미국을 앞질렀다. 아태지역은 광범위한 시장규모를 바탕으로 전세계 IT업체들의 생산기지로 무선통신시장이 급속히 발전할 것으로 본다.
―차세대 IT시장의 ‘킬러애플리케이션’은 어떤 것이 될 것이라 보는가.
▲무선인터넷기기시장에서는 하나의 빅히트 애플리케이션이 있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이동전화와 PDA에 대해 시장이 어떻게 세분화되었는지를 볼 때, 앞으로의 제품들은 고객 개개인의 취향에 맞도록 차별화될 것이며, 따라서 그들이 원하는 애플리케이션만을 실행하게 될 것임이 확실하다. 그러나, 이러한 고객별 차별화 수준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개발자들이 전범위의 애플리케이션을 모두 기획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엄청나게 많은 애플리케이션들이 일반 소비자와 기업 고객들 모두에게 쏟아지게 된다. 결국 애플리케이션은 개인에 따라 매우 차별화·개인화될 것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다.
―한국의 무선통신시장 발전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한국내 마케팅 전략은.
▲한국은 인텔에 있어 아태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 중 하나다. 이동전화단말기의 높은 보급률과 다수의 고급 기술인력이 포진했기 때문에 인텔 역시 많은 노력을 한국에 기울이고 있다. 특히 중국시장에 잇따라 진출하는 이동통신시스템업체들과 보조를 맞춰 플래시메모리, 엑스스케일 프로세서, 베이스밴드 칩세트 공급으로 동반진출에 주력할 계획이다.
인텔의 마케팅 지원과 한국업체들의 제조경쟁력이 결합되면 무선업계에서의 핵심적인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