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게임유통업자가 ‘디아블로2’ 등 외산 PC게임 완제품을 미국에서 직수입해 유통시킴으로써 불거졌던 ‘외산게임 병행수입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병행수입으로 곤욕을 치러온 한빛소프트(대표 김영만)가 최근 서울지방법원을 통해 미국 직수입품을 가압류하는 조치를 내리자 비엔티(대표 김재원) 등 직수입상들이 가압류는 부당하다며 이의신청을 제기, 최악의 경우 법정공방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빛소프트 입장=한빛소프트는 ‘디아블로2’ 등 미국 완제품이 지난해 말부터 직수입되면서 수억원에 달하는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빛은 이들 병행수입이 소규모에 그치면 크게 문제될 것 없지만 물량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데다 여러 업체가 조직적으로 전개하고 있어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빛 측은 지난달 말 상표 전용사용권 등록을 마친 상태고 상표법에 ‘상표권자가 지정한 공식수입업자 외에는 상표사용을 금지’하는 조항이 명시돼 있는 만큼 최악의 경우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수입업자들 입장=수입업자들은 병행수입제는 수입품의 가격거품을 걷어내고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지난 96년 정부가 도입한 합법적인 제도라며 맞서고 있다. 특히 한빛의 경우 그동안 독점적 지위를 이용, 해외보다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으로 외산게임을 판매해왔기 때문에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병행수입이 보다 양성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미국과 국내 판매가가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은 한빛이 중간에서 폭리를 취하거나 비싼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중간 마진을 낮추거나 로열티를 깎아 판매가를 낮추면 병행수입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공정거래법상 병행수입을 인정하고 있는 점을 들어 서울지방법원에 이의신청을 제기했으며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소송까지 고려하고 있다.
◇향후 전망=병행수입을 둘러싼 분쟁은 공정거래법과 상표법 등 관련 법조항이 서로 배치돼 있어 게임뿐 아니라 의류·전자제품 등 각종 수입품 등에서도 종종 불거지고 있는 실정이다. 상표법에서는 ‘상표권자가 지정한 수입업자 외에는 상표 사용을 금지’하는 반면 공정거래법은 일부 사용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법정분쟁시 판례도 각각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법정분쟁으로 이어질 경우 한빛이나 수입업자 모두 막대한 비용과 시간 낭비를 감당해야 하는 데다 기업이나 게임산업 이미지가 크게 훼손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적당한 선에서 서로 타협하는 것이 양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병행수입 논란은 한빛이 직판체제를 고수하면서 이를 둘러싼 게임 총판업체들의 감정싸움이 불씨가 됐다”며 “양자가 조금씩 양보하면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