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미디어공룡인 KBS의 기침 한번에 관련 독립제작사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는 KBS가 지난 2000년 5월 독립제작사에 돌려줬던 프로그램의 일부 저작권을 최근 다시 회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 따른 후폭풍이다.
KBS는 봄철 프로그램 개편을 앞두고 계약만료된 독립제작사들과의 협상에서 지난 2년간 적용해왔던 독립제작사 우대의 저적권 권리조항을 KBS측에 되돌리는 재계약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S는 지난 2000년 5월 저작권 일체를 방송사에 귀속시켰던 과거 관행에서 탈피, 다큐나 교양관련 독립제작사들에 미주지역을 제외한 해외지역 방송권(지상파·위성·유선)과 해외지역 복제·배포권(비디오·CD롬·VOD·DVD)을 돌려줬었다. MBC와 SBS, EBS 등 다른 지상파 방송사들이 아직도 저작권의 모든 권리를 자신들이 보유한다는 계약을 고집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2000년 5월의 KBS 계약조건은 개혁적 조치로 평가받았다. 물론 독립제작사들은 지난 2년간 KBS의 개혁적 조치에 편승, 수출전문배급사들과 협력해 프로그램의 해외유통에 나서서 상당한 부가수익 창출로 회사에 재투자해 왔다.
그러나 최근 KBS가 독립제작사들과의 계약내용을 2000년 5월 이전으로 돌리기 위한 세부 움직임을 전개하면서 새로운 불씨를 낳고 있다.
KBS측 관계자는 “제작비 등 다양한 계약조건을 고려해 케이스별, 업체별 조건에 따라 저작권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저작권문제에 대해 새롭게 협의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프로그램 원천권리는 지상파방송사에 있다는 사실에 근거해 협상에 임하고 있다”면서 KBS측의 달라진 입장을 제시했다.
이와관련, 한국독립제작사협회측은 “KBS가 계약만료된 일부 독립제작사와의 프로그램 공급계약협상과정에서 독립제작사측에 돌려줬던 해외판권을 회수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 KBS측에 전향적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조만간 실태조사에 착수한 후 독립제작사와 KBS가 참여하는 간담회를 개최, 문제해결방안을 도출하겠다”고 설명했다.
실제 피해당사자들인 독립제작사들의 긴장감은 더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모 독립제작사의 사장은 “독립제작사와의 관계에 있어 우월적 지위를 가진 KBS가 새로운 계약 내용을 밀어붙일 경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독립제작사업계의 실정”이라고 전제하며 “KBS측의 전향된 조치만 기대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KBS측에 반박하고 싶어도 프로그램 공급계약마저 놓칠까봐 속만 태우고있다”고 덧붙였다.
독립제작사 프로그램의 해외판매를 대행했던 프로그램 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상파방송사가 독립제작사에 저작권을 돌려줘야 우리의 방송산업도 유통구조를 갖출 수 있다”며 “KBS 등 지상파방송사와 독립제작사의 저작권협상을 단순히 사업자간 개별협상으로 볼게 아니라 프로그램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차원에서 검토해야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