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의 ‘e코리아 비전 2006’ 초안에서 드러난 정부의 정보화 정책 방향은 한마디로 ‘양적 팽창’에서 ‘질적 도약’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지난 두차례의 정보화촉진 계획을 통해 우리나라는 폭넓은 인터넷 이용기반과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 망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러한 인프라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정부와 산학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좋은 하드웨어를 갖고도 기업은 물론 정부와 국민 개개인의 생산성은 제대로 향상되지 못하고 있으며 법과 제도도 옛 환경에 맞춰져 있다. 정통부의 3차 정보화촉진 계획은 바로 바꿔입은 새 옷에 맞게 행동과 사고를 바꾸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정통부 노영규 기획총괄 과장은 “그동안의 인프라 구축의 성과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활용을 극대화함으로써 세계가 우리 나라를 정보화 벤치마킹 대상으로 만드는 게 이번 3차계획의 수립 배경”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지금까지의 정보화 성과를 인정하고 질적 성장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해서도 동의를 표시했다. 하지만 소수의 사업자들에 집중된 정부 주도의 물적 인프라 구축 방식으로는 향후 예상되는 이해관계의 대립과 저항을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특히 정보화의 밝은 면만을 강조하는 ‘정보화 만사형통론’에 브레이크를 걸고 장밋빛 전망만이 아닌 사회 전체에 정보화의 과실을 효과적으로 나누면서 동시에 사회의 질을 개선하는 묘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통부만이 아닌 사회 전체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KDI 김주훈 장기비전팀장은 “정보화 산업이 사회전반에 걸친 확산과 활용의 단계에 들어서면서 비교적 취약한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이 관건이 될 것이므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사업 참여자의 증가로 예상되는 상호 이해관계 다툼도 미리 분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영민 한양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이제 정보화는 정보통신부의 손을 떠나 사회 전체적인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나 이번 계획은 행자부, 교육부, 여성부 등 다른 부처와의 컨센서스가 부족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내용상의 보완점도 나왔다. 이재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소기업 네트워크화가 B2B를 위한 필수과정이며 정보화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는 중소기업에 세제혜택 등 당근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정보화의 원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교육제도를 혁신하고 특히 IT와 경영 등 기존의 전공을 교차해 경쟁력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솔선수범에 대한 주문도 있었다. 허만형 건국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정보화 진입시 예상되는 저항을 극복하려면 정부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라면서 “정부만 해도 정보화로 30%정도 인력을 감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김용석 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