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의 매머드급 합병이 이번주에 결론난다. 미국 현지시각으로 19일 오후 1시 30분 HP가 주주총회를 개최, 컴팩컴퓨터와의 합병에 관한 찬반투표를 실시하는 데 이어 다음날에는 컴팩컴퓨터 주총이 개최된다. 시차를 고려하면 우리가 합병 찬반투표 결과를 접할 수 있는 시간은 20일 새벽녘. 합병성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인 것처럼 이들 회사의 한국 현지법인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총 장소도 몰라요”=본사 600여명이 참여하는 ‘인수추진팀’에서 진행되는 이번 합병 관련 건은 워낙 ‘함구’를 원칙으로 진행, 현재까지 실제 진행상황이나 결과에 따른 후속 시나리오를 아는 국내 현지 직원은 거의 없다. 인수측인 한국HP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표정. 합병을 낙관적으로 본다는 한국HP 한 관계자는 “본사 차원의 방침이 하달되기 전까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며 “그러나 사업부별, 제품별 지사 운영 현황을 검토해온 것이 사실”이라고 귀띔.
◇떠날 자들은 마음의 정리=합병 대상인 컴팩코리아의 분위기는 반반. 컴팩코리아 한 관계자는 “직급별, 제품군별 직원들 분위기가 다르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즉 알려진대로 HP 제품과 비교해 경쟁력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조직의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반면 반대의 경우는 불가피한 감원과 그에 따른 ‘보상 프로그램’에 관심을 나타내며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른 관계자는 “합병이 무리 없이 진행되지 않겠느냐”며 그러나 지난 15일 HP의 최대 단일 주주 중 하나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합병 반대의사를 밝힌 사례를 들며 “뚜껑은 열어봐야 할 것”이라고 한마디.
◇ 컴팩, 유통채널·인력 향배 관심=한국썬의 경우 컴팩 간판이 내려지는 데 대해 반사이익이 있을 것으로 기대. 한 관계자는 “지난해 썬을 깎아내리려는 컴팩 정책이나 시장에서의 경쟁을 고려하면 피곤한 경쟁사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과거 컴팩의 디지털 합병 과정에서 적지 않은 인력이 한국썬측으로 흡수된 점을 들어 비슷한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한편 컴팩의 탄탄한 채널은 이미 여러 곳에서 ‘백지 수표’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상태다. 컴팩의 대형 리셀러로부터 총판계약을 제안받았다는 LGIBM 관계자는 “컴팩의 유통채널이나 파트너사들과 협력관계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