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가전 상호 OEM 공급 기대 못 미쳐 주위 `아쉬움`

 역시 ‘적과의 동침’은 불편한가.

 가전업계 숙명의 라이벌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제품 상호 OEM 공급이 당초 기대와는 달리 뚜렷한 실적이 없어 아쉬움을 사고 있다.

 삼성과 LG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상호 OEM 교환 방식으로 공급된 제품들의 총 판매실적은 양사 모두 합해 3000대 정도다. 삼성전자가 생산해 LG브랜드로 판매하는 디지털 캠코더의 경우 지난해 5월부터 연말까지 약 1100대 판매됐으며 LG전자가 삼성의 ‘메르헨’ 상표를 붙여 공급한 가스오븐레인지도 약 1100대, 식기세척기는 700여대 판매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같은 제품을 삼성전자가 자사 브랜드로 내놓아 월평균 1만3000여대를 팔았다. LG전자가 메르헨으로 공급하는 가스오븐레인지 ‘쁘레오’는 2001년 한해 동안 8만5000대가 팔려나갔으며 식기세척기 역시 지난해 전체 시장규모 약 12만대 가운데 5만대 이상은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유는 우선 공급하는 제품 모델이 적어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지 못한다는 점이 꼽힌다. OEM 공급 초기인 지난해 상반기 삼성전자는 8㎜ 디지털 캠코더 1개 모델을 LG에 우선적으로 공급했지만 1년이 가까워 오는 현재 모델수는 4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LG전자 역시 가스오븐레인지의 경우 총 32개 가운데 2개 모델만을 삼성에 공급중이다.

 양사가 공급물량을 확대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한 관계자는 “전속 대리점의 반발 때문에 OEM 품목의 모델을 크게 다양화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판매 물량을 보장만 해준다면 모델 종류 및 수량 확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영원한 맞수간 전격 합의로 기대를 모았던 양사의 협력 시도가 적극적인 판매의지 부족으로 자칫 흐지부지 끝나버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