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할인점들이 가전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앞세워 가전유통 시장에서 독자적 세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특히 가전제품은 타 상품에 비해 수익률이 낮지만 상품 단가가 높아 매출을 올리기에는 적당하다. 또 최근에는 TV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의 성장으로 가전제품의 가격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할인점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왜 나서나=가격경쟁력 확보와 매출 향상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데 PB상품만큼 적당한 것이 없다. PB상품은 제조업체에는 상품판로 및 고정판로 확보, 유통업체에는 매출확대를 통한 수익률 향상이라는 누이좋고 매부좋은 제품이다.
게다가 대형 가전메이커 중 하나였던 대우전자가 하이마트와 분쟁을 벌이면서 새로운 유통채널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는 과정 속에 신유통업체를 통한 PB상품 공급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대형 할인점의 PB상품 확대 추세의 커다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할인점별 현황=신세계 이마트는 지난 2000년 업계 처음으로 ‘시네마플러스’라는 가전 브랜드를 개발, 먼저 소형TV를 PB 상품화해 출시했다. 이후 29인치 평면TV, 김치냉장고에 이어 지난달 42인치 PDP TV까지 출시해 한달여만에 200대 가량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우전자와 손잡고 ‘시네마오페라’라는 또 다른 가전 PB브랜드를 개발, 출시하면서 PB상품의 인지도와 신뢰성을 높여가고 있다.
롯데 마그넷은 전자랜드에 맡겼던 10여곳의 가전매장을 자사 직영체제로 운영키로 했다. 가전제품을 직매입해 전자 양판점 형태로 운영하고 롯데백화점 등과 연계해 독자적인 가전유통망을 확보하려는 모습이다. 롯데는 PDP TV와 LCD 모니터 등 고가 디지털 가전을 PB상품화해 롯데 마그넷 등 자사 전 유통망을 통해 판매할 계획이다.
삼성 홈플러스는 올들어 소형가전 PB상품 제조업체를 경쟁력 있는 업체로 바꾸고 올 하반기 매장수가 30여개에 이르면 대형가전 PB상품화를 본격 추진할 방침이며 한국까르푸도 소형가전 중심의 PB상품에서 최근 대우전자로부터 세탁기를 독점공급받아 판매중이다.
◇가전메이커의 대응 및 전망=LG, 삼성은 이 같은 할인점의 움직임에 대해 자사가 공급하는 여러 유통채널 가운데 한 곳에 불과하고 매출 비중도 높지않아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과거에 이마트가 29인치 평면TV를 PB상품으로 개발하자 동급제품의 가격인하를 슬그머니 단행해 양판점과 다른 할인점의 원성을 산 경우처럼 적잖이 신경쓰는 것은 사실이다.
양대 가전메이커는 자사 대리점 보호와 유통가격 질서를 위해 일부 고가제품의 공급을 차별화하거나 유통업체별 특성에 맞는 공급 모델을 더욱 세분화·다양화해 나가기로 했다.
반면 대형 할인점들은 이미 몇년전부터 가전매장의 저가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고급화, 대형화를 꾸준히 추구해왔고 따라서 백화점, 양판점과 경쟁하기 위해 동등하고 동일한 제품공급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단순 제조업체로 전락할 수 없는 대형 가전메이커와 가전유통에서도 주도권을 잡고자 하는 할인점의 이해관계는 상충될 수밖에 없기에 PB상품을 놓고 유통업체와 메이커간 신경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