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신창업투자 고정석 사장
해외 투자자본의 건당 투자규모,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국내 벤처기업이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직접 투자를 받는 것은 어렵다.
투자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투자에 도달하기까지의 노력과 시간 등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처음부터 시도하지 않는 게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때문에 벤처기업의 해외 투자유치 확대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각되는 것이 국내 벤처캐피털을 활용한 2단계 투자유치 전략이다.
현재 해외 자본들의 한국내 벤처투자 형태는 크게 3가지 패턴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일정 지역권 펀드를 투자를 통해 투자하는 방법이다. 현재 국내에서 투자를 진행하고 펀드는 칼라일, 시스코, 자프코 등이 운영하는 아시아지역 펀드가 대표적이다.
둘째, 국내에 법인을 설립해 직접 투자에 나서는 방법이다. 소프트뱅크의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나 대만 산업은행의 아셈벤처캐피탈 등이 있다.
셋째, 국내 벤처캐피털이 결성하는 투자조합에 출자하는 방식이다. 상당수의 벤처캐피털들이 이같은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첫째와 둘째의 경우 현 상황에서 볼 때 더 이상의 투자 확대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때문에 해외 투자자본 유치 확대는 세번째 방법의 활용 여부에 성패가 달려 있다.
그러나 해외 벤처캐피털의 국내 투자조합 출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많은 제도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가장 먼저 국내에서 결성되는 투자조합의 투자지역을 국내에 한정한 조건을 완화 혹은 폐지해야 한다. 이같은 조건은 국내 벤처펀드에 출자하려는 해외 투자자들이 가장 꺼려하는 측면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높은 수익을 얻는 게 목적이다. 그러나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성을 원천적으로 막는 지역 제한펀드는 투자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펀드 설립 지역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 해외 대형 펀드의 경우 대부분 캐이맨아일랜드나 말레이시아 라부안 같은 조세자유지역에 설립되지만 국내 펀드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 중요한 문제는 펀드 자체가 어디에 존재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국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얼마나 이뤄지느냐다.
이와 함께 정부 출자금들의 콜베이스방식 도입, 국제적인 수준에 맞는 성공보수 지급 등 많은 문제점들을 하나씩 해결해야 한다.
해외 자본의 국내 투자유치를 위해서 이제는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선호하는 조건을 만들어줘야 할 시점이다.
싱가포르 정부의 경우 투자재원의 절반 정도인 10억달러 중 절반을 EDB 등에 주고 반은 직접 투자, 나머지 절반은 투자조합에 시드머니로 제공한다. 해외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미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물론 투자범위와 투자대상에 대한 제한은 없다.
국내에서도 현재 결성중인 정통부의 나스닥IT펀드의 경우는 펀드 자체를 케이맨아일랜드에 설립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은 어려운 투자처로 남아 있다. 앞으로도 해외자본 유치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