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지의 생명공학연구소. 실험관이나 슬라이드 글라스 하나 없는 실험실에 컴퓨터만 가득하다. 스포이드로 시약을 다루거나 원심분리기를 돌리는 연구원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컴퓨터 앞에 앉아 모니터 속의 심장과 종양조직의 상태를 확인하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들이다. 어느 연구원의 컴퓨터 모니터에선 협심증에 효과를 보이는 후보물질을 투입한 심장이 격렬하게 뛰고 있는 영상이 보인다. 컴퓨터를 통해 실제 인체 심장을 구현하고 협심증 치료제의 효능을 검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생명공학연구소의 모습은 그리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이미 미국의 피지엄사이언시스는 IBM과 공동으로 돼지 심장의 한 부분인 심실을 개발해 고혈압 억제제 개발에 성과를 보이면서 가상인체 구현의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가상세포시스템은 컴퓨터에서 가상세포나 가상신체기관을 만든 다음 조직 상태에서 생물정보학과 화학정보학·구조생물학 등을 결합해 각종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1차 후보물질을 찾아내는 작업이다. 이 시스템을 도입하게 되면 신약 후보물질의 발굴에서 안정성과 유효성 입증으로 이어지는 임상실험 등 총 5억달러 이상의 엄청난 비용과 평균 14년 이상의 신약개발기간을 절반 이상으로 단축할 수 있다.
이미 미국을 비롯해 일본이나 국내 연구자들도 가상세포시스템 구현에 속속 나서면서 ‘사이버인체’를 구성하는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 게이오대학의 마사루 도미타 연구팀은 최근 컴퓨터에서 살아있는 가상의 세포를 구현해 세포 내로 화합물을 투여, 생화학적 효과를 예측하는 연구를 수행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유닉스나 리눅스에서 운용되도록 설계된 이 가상세포는 마이코플라즈마제니탈리움(Mycoplasma genitalium)의 전체 유전자가 공개된 후 개발됐다. 이 생명체는 전체 유전체가 대략 480개의 유전물질 정보를 담은 5.8×105개의 염기쌍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완전한 세포 모델링을 위한 이상적인 후보로 결정됐다. 이 모델에는 495개 반응규칙에 기초해 글리코시스, 단백질 합성 등 세포가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생화학 반응과 단백질에 관한 정보를 담은 105개의 유전자, RNA분자에 관한 정보를 담은 22개의 유전자가 들어 있다.
이 가상세포시스템은 다른 효소의 활성을 변화시키거나 특정 효소의 작용에 대한 억제효과를 포함해 용혈성 빈혈(Hemolytic Anemia)에 관련되는 대사 경로를 검증할 수 있다.
이로써 새로운 화합물의 효과를 포함해 생리학 및 병리학적인 상태 변화를 상세하게 시뮬레이션하는 것이 가능하다. 가상세포시스템은 바로 신약 개발의 가장 큰 실패 요인인 독성에 대해 예측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컴퓨터에서 우수한 화합물을 즉시 선정하고 설계할 수 있게 한다.
이와 함께 수만개의 가상세포는 가상심장과 가상종양조직 등으로 합쳐지고 그동안 신약 개발 시 동물을 사용하던 생체외(ex vivo) 분석실험을 대체할 수 있게 한다. 가상세포를 모아 연구자들의 최종 목표인 가상신체를 구현하고 단일염기서열(SNP)과 개인유전자를 넣으면 가상의 개인이 만들어지며 희귀 질병의 치료체를 만들수 있는 임상실험 대상이 될 수 있다.
바로 생쥐와 슬라이드를 대신한 키보드와 마우스가 신약 발견의 미래를 책임지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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