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e메일과 복합기의 협공에도 불구하고 보통용지 팩시밀리가 일정한 수요를 확보하며 건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사무기기의 총아로 각광받았던 팩시밀리는 e메일과 복합기의 등장으로 사라질 위기를 맞지 않겠느냐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삼성전자·신도리코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팩시밀리 시장은 e메일 확산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고급화 추세가 확산되면서 꾸준한 수요가 일고 있다.
업계의 추산에 따르면 국내 팩시밀리 시장은 인터넷 창업붐을 타고 지난 2000년에 33만대에 이르렀으나 지난해에는 경기침체로 이보다 3만대 줄어든 30만대 수준에 머무는 등 경기변동에 따라 신장과 축소를 거듭하고 있지만 총 30만대 안팎의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신도리코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전체 시장규모가 줄어든 지난해에도 저가 감열지 팩시밀리는 전년보다 4만대가 준 10만대 수준이었지만 보통용지 팩시밀리는 18만대에서 20만대로 오히려 2만대가 늘었다”고 말했다.
보통용지 팩시밀리는 30만원대 이하의 잉크젯 방식이 전체의 70% 수량을 차지하며 주종을 이루고 있고 100만원에 가까운 고급 레이저 방식 제품이 30% 정도의 비중을 지니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만원 이하의 저가 감열지 시장도 올해 내수경기 호조에 힘입어 벤처창업이 늘어날 경우 시장이 줄지 않을 것으로 기대되며 보통용지 팩시밀리 시장은 지난해보다 5%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팩시밀리 시장이 아직 건재한 것은 e메일이 확산되고 있지만 보통용지 팩시밀리를 기본 사무용 기기로 갖추려는 경향이 강한 데다 복합기가 아직 널리 확산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주종을 이루고 있는 잉크젯 방식 보통용지 팩시밀리는 100만원대 이상의 복사기나 40만원대 이상의 복합기보다 가격이 싸 가격차별화가 이뤄지고 있고 100만원에 가까운 레이저 팩시밀리는 특수층에서 꾸준히 수요가 일고 있는 것도 시장을 유지하고 있는 요인으로 보인다.
잉크젯 프린터에 팩시밀리 기능이 기본으로 제공되는 40만원대 이상 복합기는 한국HP와 삼성전자가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절대 수량에서는 미미한 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잉크젯 프린터 복합기가 보통용지 팩시밀리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앞으로 2∼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