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카드가 제휴카드 관행 "바꿔,바꿔!"

 ‘이제는 서비스업체가 신용카드사를 골라 잡는다.’

 스마트카드가 신용카드사의 제휴카드 관행에 새로운 풍속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신용카드 이용자가 특정 제휴서비스를 이용할 때 할인이나 포인트적립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제휴카드는 지금까지 신용카드사가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던 게 사실. 그러나 칩안에 대용량 정보를 수록할 수 있는 스마트카드가 등장하면서는 충실한 고객기반을 갖춘 서비스 제공업체의 목소리가 커져 오히려 신용카드사들이 ‘선택 당하는’ 상황으로 역전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SK텔레콤과 SK가 주요 신용카드사들과 함께 만들어 낸 모네타카드다. 당시 SK텔레콤은 국내 대다수 신용카드사들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제출, 경쟁입찰 방식으로 제휴카드 발급사를 엄선했다. 제휴대상 서비스업체와 신용카드사가 일대일 개별 협상방식으로 할인·포인트를 적절히 분담하던 종전 마그네틱 환경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SK텔레콤이 불을 지피고 나서자 이번에는 LG칼텍스정유가 한 술 더 뜨고 나섰다. LG정유는 최근 8개 신용카드사와 5개 전자화폐 업체, 2개 해외 신용카드브랜드들에 RFP를 발송, 지난 15일 제안서를 받았다. 이 가운데 자신에게 유리한 협상조건을 제시하는 업체들을 협력상대로 선택하겠다는 뜻이다.

 비자코리아 관계자는 “항공사 등 일부 서비스업체가 제휴카드 발급시 협상의 주도권을 쥔 사례는 있었지만 요즘처럼 추세화될 만큼 두드러지는 않았다”면서 “스마트카드가 빚어낸 색다른 풍경”이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례로 감지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실제 홍콩의 교통카드 사업자인 옥토퍼스는 다기능 스마트카드를 채택하면서 좋은 조건을 내미는 신용카드사를 발급기관으로 골라잡고 있다.

 스마트카드가 제휴카드 관행에 변화를 몰고 오는 것은 다양한 응용서비스, 이른바 멀티 애플리케이션을 수용할 수 있는 장점 덕분이다. 한장의 카드에 신용·전자화폐·로열티 등 여러 유사 제휴카드 서비스가 포함될 경우, 이 가운데 고객 흡인력이 가장 큰 서비스가 목소리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최근 스마트카드의 가격대비 성능이 급진전하면서 고객관리의 필요를 느끼는 서비스업체들은 누구나 제휴카드에 쉽게 눈을 뜨게 되는 것도 한 몫하고 있다.

 업계는 앞으로 대형유통, 주유소, 이동통신, 경비보안 등 탄탄한 고객기반을 갖춘 업체들을 중심으로 제휴카드 서비스가 더욱 확산돼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카드사의 관계자는 “대형 고객커뮤니티를 보유한 업체들은 거의 대부분 스마트카드를 고려하고 있다”면서 “제휴카드의 전통적인 발급관행이 뚜렷하게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