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구원들은 논문을 많이 발표합니다. 심지어 100편이 넘는 경우까지 있지만 실제 자기 논문은 몇 편 안됩니다. 더욱이 책을 발간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자신의 연구에 자신이 없거나 연구비 등 재정적인 뒷받침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자연친화건축(생태건축시리즈 2)’이란 책을 펴낸 에너지기술연구원 태양열연구팀 임상훈 박사(48)는 대덕연구단지내 20개 출연연 가운데 가장 책을 많이 출간한 인물로 유명하다.
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18년간 근무한 그는 지난 95년부터 지금까지 8년 동안 7권의 책을 펴냈다. 1년에 한권 꼴로 책을 출간한 셈이다.
인문사회 관련 서적이라면 그리 많다고 할 수 없겠지만 자연과학 분야에서, 그것도 대체에너지 관련 서적만 7권을 출간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를 증명하듯 대덕 연구단지에 수많은 과학자와 글 잘 쓰는 사람이 있지만 아직 그를 따라 잡을 사람은 없다.
“시험삼아 ‘그린 에너지 공법과 건강건축’이란 책을 95년도에 처음 내놓았는데 건축 전문가를 위한 전문서적이어서 그런지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습니다. 이래선 안되겠다 싶었죠. 그래서 펴낸 책이 청소년을 위해 태양에너지의 원리를 알기 쉽게 풀어 쓴 ‘태양을 잡자’였습니다.”
‘태양을 잡자’에는 태양에너지의 원리와 이용방법 등 청소년들이 호기심을 가질 만한 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 놓아 출판가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임 박사가 처음 책을 집필하게 된 것은 지난 92년 한국태양에너지학회 홍보이사를 맡으면서부터다.
대체 에너지의 중요성은 모두 인식하고 있지만 그것이 무엇이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되는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책을 쓰기 시작했다.
“요즘엔 출간 때문에 밤을 새는 일이 많아서인지 시력이 많이 나빠졌습니다. 쓰고 싶은 책이 많아 연월차 등을 반납하며 자비로 해외에 나가고 있지만 무엇보다 체력이 뒷받침될지 걱정입니다.”
그는 ‘다작 박사’라는 별명 이외에도 ‘바른말 잘 하기’ 등 별난 이력으로 소문이 나 있기도 하다.
“최근들어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가며 생태건축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 해부터 생태건축 시리즈를 발간하고 있는 임 박사는 미국과 일본의 건축 실태와 사례, 이론 연구를 마무리하고 앞으로는 유럽의 사례를 수집할 계획이라며 지칠 줄 모르는 지식욕을 보여주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