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나노기술 현장을 찾아서>(11)버텀업식 나노튜브 `독보적`

두번째로 나노구조연구센터를 방문했는데 이곳에선 유기고분자를 이용한 나노튜브 제조기술을 중점 연구하고 있었다. 나노튜브란 머리카락 두께의 5000분의 1 굵기에 불과한 나노단위의 속이 빈 파이프 구조물인데 각종 디스플레이에서 환경, 바이오분야까지 활용도가 높아 나노기술연구가 핵심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 연구센터는 나노튜브를 값싸게 만들기 위해 분자 스스로 배열해 튜브형태의 구조물을 만드는 버텀업(bottom-up)식 제조기술에 독보적인 노하우를 갖고 있는데 외국에서는 미해군연구소만이 비슷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나노튜브의 직경 및 두께를 자유로이 제어하는 기술까지 완성해 현미경으로도 보기 힘든 미세 파이프 구조물이 각종 첨단기구에 적용될 날이 멀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나노사이언스&엔지니어링 생산기술연구센터. 엇비슷한 이름의 나노연구프로젝트가 여러개 진행되다 보니 취재진도 혼란스러울 지경이다.

 이곳에선 미세한 실리콘 분말이 크기에 따라 각기 다른 빛을 발하는 특성을 이용해 전자발광(EL) 디바이스를 제작하고 있었다.

 실리콘 분말은 3∼4㎚ 범위로 잘게 자르면 양자성질에 의해 청색에서 빨강으로 색상이 변하는데 실리콘 분말의 입자 크기를 나노단위로 엄격히 제어할 경우 이제껏 구현하기 힘들었던 고성능 컬러 디스플레이장치를 만들 수 있어 향후 산업적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또 이 연구소에서는 마치 프린터로 서류를 찍어내듯 전기회로를 프린팅해 만드는 나노기반 제트프린팅기술도 거의 완성단계에 도달해 있었다.

 나노기반 제트프린팅은 20∼50㎚ 크기의 미세한 전도성 금속분말을 직접 내뿜어 전기회로를 그려내는 기술인데 일반상온에서도 복잡한 전기회로를 손쉽게 만들수 있어 향후 전자제품 생산방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지난 91년 세계최초로 카본(탄소)으로 만들어진 나노튜브를 개발해 크게 주목받은 바 았다.

 얼마전 분자구조가 축구공 모양인 신소재 탄소물질(풀러렌)을 발견한 과학자에게 노벨상이 수여됐지만 일본이 개발한 파이프 형태의 카본나노튜브는 풀러렌보다 산업적으로 훨씬 활용가치가 넓어 전자소재부터 바이오, 환경 등에도 매우 유망한 것으로 평가된다.

 오후에 방문한 카본소재연구센터는 이 카본나노튜브를 개발해 일본내에서 가장 유력한 노벨상 수상자로 손꼽히는 이지마 박사가 센터소장으로 있는 곳이다.

 이곳에선 나노구조를 가진 탄소재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데 그 중에서도 카본나노튜브를 상업적으로 대량제조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여기에서 양산된 카본나노튜브는 일본 대기업과 다른 연구기관에 공급되는데 물량이 연간 10톤에 이르러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카본나노튜브 생산시설을 갖고 있었다.

 카본소재연구센터는 앞으로 첨단 탄소물질의 특성평가기술에 더욱 주력할 계획이며 세계 최초로 전계방출(field emission)성질을 지닌 탄소섬유를 개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