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상사·현대종합상사·SK글로벌 등 3대 종합상사를 포함하여 22개 기업이 투자한 화학업종 e마켓플레이스 켐라운드가 20일 직장폐쇄를 단행한다. 지난해 섬유업종을 비롯해 국내 경제사정으로 소문없이 문을 닫는 e마켓들이 많아 이번 켐라운드의 자진 폐업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켐라운드의 경우 여느 기업의 폐업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이 회사는 자본금 규모가 1000만달러인 대형 e마켓이고,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주주사로 포진하고 있다. 이런 기업이 자진 폐업을 선언한 것은 누가 봐도 눈이 휘둥그래질 수밖에 없다.
‘주주사만 제대로 참여를 했어도 과연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누구나 켐라운드가 수익성 부재로 사업을 접는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느끼는 씁쓸함일 것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주주사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묻고 싶다.
일부 주주사들은 켐라운드의 사업 중단을 말리려 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회사측에서 먼저 2∼3년이 지나도 수익이 날 것 같지 않아 스스로 사업포기를 이사회에 건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주주사들의 무관심이 이같은 일을 초래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켐라운드는 지난해 초 주주사와 일정 정도의 거래를 사이트를 통해 진행하도록 합의하기도 했다. 합의대로 라면 적어도 연간 거래액은 수억달러에 달했을 것이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결국 주주사들의 책임이 크다는 결론이다.
e마켓 주주사들의 방임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여러 e마켓이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제기돼온 문제다. 그러나 여지껏 주주사들이 e마켓 거래를 강화하는데 도움을 줬다는 말은 들려오지 않는다.
e마켓이 겪는 어려움은 전략수립이나 사업방식의 오류보다는 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바가 더욱 크다. 주주사들이 근시안적으로 수익만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e마켓 거래를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단순히 ‘e마켓을 살리자’는 의미가 아니다. 한번쯤 국내 B2B산업의 활성화를 생각해보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