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주요 협상쟁점의 상당 부분에 합의했으나 남은 쟁점에 대한 추가 협의와 채권단 내부의 합의에 시간이 필요해 양해각서(MOU) 체결까지는 또다시 상당기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저녁 귀국한 이덕훈 한빛은행장은 “주요 매각현안에 대해 양측이 원칙적 합의를 이룬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합의되지 않은 나머지 조건들도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매각 타결여부를 말하기는 이르다”고 강조했다.
이 행장은 또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한 우발채무(하자보상) 문제를 포함해 채권단이 마이크론측에 제시한 20여개 세부조항이 모두 합의돼야 하는 등 사안이 복잡하므로 매각을 위한 구체적인 윤곽이 잡히더라도 MOU 체결까지는 앞으로 한달 가량의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해 3월중 MOU 체결 가능성이 희박함을 시사했다.
외환은행과 한빛은행은 이번에 가져온 협상 결과물을 놓고 18일 내부회의를 진행, 분석작업에 들어갔다. 또 하이닉스측 재정자문역인 살로먼스미스바니와 마이크론측 자문역인 골드만삭스 등은 이날도 미국 현지에서 후속 협상을 진행중이다.
그러나 협상단 안팎에서는 결과물 도출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타결보다는 결렬로 가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채권단 반응=일단 이번 협상단이 미국에서 가져온 내용을 꼼꼼히 분석해보자는 입장이다. 19일이나 20일에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거쳐 이번 협상에서 합의한 쟁점과 남은 쟁점에 대한 설명과 의견조율을 거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정확한 시간 및 장소는 확정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마이크론과 추가 협의가 있는 만큼 채권단회의를 먼저 개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번 5차 협상처럼 마이크론과 합의하고도 내부 반발에 무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합의 내용이 지난달 마이크론이 제시한 최종 협상제안서에서 크게 진전된 내용이 없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어 채권단 내부 조율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아직도 협상이 진행중이어서 섣불리 얘기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각종 조건이 크게 유리한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해 난항을 겪을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하이닉스 분위기=하이닉스 임원진은 18일 오전 박종섭 사장 주재하에 주례회의를 개최했다. 당초 20일께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던 박 사장은 17일 저녁 채권단과 다른 항공편으로 혼자 귀국했다.
하이닉스 임직원은 반응을 자제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박 사장은 공식적인 대응은 하지 않았으나 측근의 전언으로는 이번 협상의 주도적 협상자로서 할 만큼 했고 이제는 채권단과 마이크론의 판단만이 남았다는 분위기다.
하이닉스 직원들은 어떡하든 이번 협상의 가부가 이른 시일내에 결정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하이닉스의 한 직원은 “협상을 오래 끌면 누가 더 유리할지 모르겠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불안감이 더해간다”며 “모든 직원들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될까=일단 채권단은 이른 시일내에 가부간의 결론을 내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 협상주체들이 좋은 방향으로 결론을 내길 원하는 만큼 MOU 체결은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관측통들은 이번 협상이 원칙적으로 하이닉스의 부채를 조기에 해결하려는 채권단과 D램시장의 구조를 개편해 재도약을 원하는 마이크론의 의지는 강하지만 하이닉스 잔존법인과 임직원, 정부, 협력업체 등 역학구조가 복잡해 MOU를 체결하더라도 복병은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진정한 타결을 도출하기에는 상당한 과제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협상이 지지부진해져 결국은 결렬될 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표>하이닉스-마이크론 협상 진척도
<>합의 쟁점=매각대금 중 2억달러 마이크론이 잔존법인에 현금출자(15% 지분확보)
주가산정 기준일은 MOU 체결전 10일 평균치
신규자금 지원금리는 시중금리 수준에 근접
주식처분 제한기간 1년
<>남은 쟁점=마이크론코리아에 지급할 신규 자금규모
추가 부실 고려한 위탁계좌 예치할 주식규모
채무인수 규모
마이크론 신주발행 금지
지적재산권 양도방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