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설립된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들이 출범 3년만에 중대한 위기를 맞게 됐다.
19일 코스닥위원회와 CRC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코스닥위원회의 등록 예비심사 결과 구조조정투자조합이 대주주로 있는 에이스디지텍(대표 최대옥)이 ‘대주주의 경영권 안정성 미흡’을 이유로 보류 판정을 받았다. 구조조정조합에서 투자한 비상장·미등록 업체가 코스닥시장에 진출하려는 첫 시도가 물거품이 된 것이다.
코스닥위원회는 사유서를 통해 “에이스디지텍은 KTIC 구조조정 1호 조합이 대주주인 회사로 조합 해산 시점 이후 경영권 안정성이 미흡하다”고 보류 판정 이유를 밝혔다.
이같은 결정에 대해 당사자인 에이스디지텍은 물론 KTIC 구조조정조합 운용사인 한국기술투자, CRC협의회 회원사들은 “이번 코스닥위원회의 결정은 CRC업계의 수익원 창출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으로 향후 기업구조조정사업이 중대한 위기를 맞게 됐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비상장·미등록 기업에 대한 투자회수 방법은 인수합병(M&A) 및 코스닥 등록뿐인데, 코스닥 등록을 원천봉쇄함으로써 코스닥 등록을 목표로 한 구조조정회사의 업무 수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향후 구조조정조합 결성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번 파정으로 또 조합이 대주주인 기업의 경우 대주주 변경 전에는 기업공개(IPO)가 불가능해 코스닥 등록에 따른 기업가치 상승의 이득을 조합원들이 아닌 제3자(신규 대주주)가 향유하게 되는 모순까지 발생하게 됐다.
다음달중 발효 예정인 ‘산업발전법’에 따르면 경영권을 확보해 실질적으로 1대 주주가 되는 기업인수형 구조조정 투자 의무 비율을 현행 20%에서 40%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산자부는 비상장·미등록 중소기업 투자비율을 준수하는 조합에만 정부재정자금을 출자하도록 하는 등 비상장·미등록 중소기업의 구조조정 투자를 권장하고 있다.
구조조정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을 믿고 미등록 중소기업 구조조정 투자를 한 ‘에이스디지텍’과 유사한 회사들이 다수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에이스디지텍의 700여 소액주주들(59.2%)의 피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조치와 관련, 한 소액주주는 “정부 정책에 부합하는 회사로 성공적인 구조조정과 회사가치 상승, 코스닥 등록 가능성 등을 높이 평가해 투자했는데, 이번에 보류 판정을 받음으로써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에이스디지텍은 이번 보류 판정에 따라 이의신청을 통해 코스닥 등록을 추진할 계획이며 CRC협의회(회장 이영탁)도 20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이 문제에 대해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한편, 에이스디지텍은 지난 99년 새한으로부터 ‘KTIC 제1호 기업구조조정조합’이 지분 40.8%를 인수한 기업으로 그동안 경영진 교체, 사업정비 등의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